역사왜곡으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던지는 일침 … 최기종 시인 ‘만나자’

2024-10-23

 최기종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만나자(문학들·1만2,000원)’는 음지에 가려진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양지의 희망으로 바꾸려는 시인의 의지의 산물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로 굳건하게 교육운동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인의 삶의 나이테와 결을 같이하는 방대한 역사가 한 권의 시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집에서는 우리가 항용 말하는 ‘시적 수사’보다는 ‘결기’가 두드러진다. 최 시인도 “시가 언어의 묘미나 비유적 수사만을 말하지 않는다. 시적 아님을 드러내면서 거칠고 투박한 것들도 분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늘의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미사여구 대신 평범한 언어가 자아내는 절실한 현실은 상황 그 자체로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이를테면 ‘통일하자’는 마땅한 그 말이 더 이상 당위로 실감되지 않는 현실을 시인은 ‘내미는 손’과 ‘던지는 돌’을 통해 환기시킨다. 간명한 비유가 던져주는 커다란 공명이다.

 이러한 어조와 어법으로 시인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를 노래한다. 차츰 잊히는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을 북돋고 해방 이후 대구항쟁에서 제주 4.3, 여순항쟁으로 이어진 민중들의 아픔과 여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또한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죽은 자 중심에서 산 자 중심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비극, 팔레스타인과 미얀마의 비극을 저항의 연대로 풀어낸다.

 나종영 시인은 표사에서 “이번 시집은 우리 민족 현대사에 대한 질곡의 기록이며 시인으로서 부끄럽고 슬픈 기억이다”며 “그것은 다시 말해 우리 민중의 역사에 대한 ‘죽비’이며 묵시록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최 시인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 위의 여자’, ‘만다라화’, ‘어머니 나라’, ‘나쁜 사과’,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슬픔아 놀자’, ‘목포, 에말이요’가 있다. 현재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