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예술의 응답, 지금 필요한 ‘블루력’ [박소정의 아트비즈니스]

2025-07-16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열대성을 방불케 하는 도심 속에 선 사람들은 '기후'가 아닌 '재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 무더운 시간 속에서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블루력’은 무엇일까. 냉방보다 오래 지속되고, 차가운 물보다 더 깊이 스며드는 감각. 자연을 관조하며, 순환과 흐름을 새롭게 체감하게 만드는 예술적 경험이다. 최근 예술계에서 현대미술 아티스트들은 두 축, ‘환경에 대한 각성’과 ‘내면적 치유’를 공감각적으로 풀어낸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성찰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사례로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 수상작, 리투아니아 작가 3인(루길레 바르즈쥬카이테, 바이바 그라이니테, 리나 라페리테)의 협업작 ‘태양과 바다·Sun & Sea’를 들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의 초청으로 서울 성수동에서 국내 첫 공연이 진행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태양과 바다 : Sun & Sea’는 실내 전시장에 인공 해변을 설치하고, 수십 명의 배우가 하루 종일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피서객을 연기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배우들은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개를 산책시키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관람객은 무대 아래가 아닌 복층 위층에서 내려다보며, 일종의 ‘태양의 시선’으로 휴양지의 한 장면을 조망하는데, 아래에서 들려오는 오페라 형식의 음악은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 속에서 은연중에 ‘기후 위기 속, 이 풍경이 언제까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생태와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전달하기에 성공적이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예술적 접근이 날 선 경고음이라면, 자연을 마주하는 또 다른 예술의 역할은 감각적 치유에 있다. 정서적 이완과 공감이 가능한 임창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임창민 작가가 담아낸 자연의 장면은 압도적으로 푸르다. 현대적인 건축미가 차갑게 느껴지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의 실내 창 너머로, 시선이 닿는 끝까지 펼쳐진 수평선 위에 이는 파도와 물결,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윤슬이 실제 바다처럼 느껴지는 아부다비 해변을 고요하게 감상해보자.

스위스 마터호른의 한 호텔 내부에서 창을 통해 고요한 설원 위로 눈발이 흩날리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른 아침 새하얀 눈과 푸른 알프스산맥이 맞닿는 장면은 시각적 온도를 단번에 낮추며 관람자의 체온까지 식혀주는 듯한 시원한 몰입감을 유도한다. 이처럼 임창민 작가는 멈춰 있는 실내의 사진과 창밖 자연의 영상 작업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을 통해, 자연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담아내 온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포틀랜드의 폭포와 호수, 한국의 섬진강과 대관령 등 그가 직접 머물며 기록한 아름다운 블루의 풍경을 창을 통해 전달한다.

작품 속에 항상 자리하는 ‘창’이라는 모티프는 단순한 액자가 아닌 ‘시간의 프레임’으로 작동하는데,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이 화면 속에 포착되며, 정지된 듯 흐르고 흐르는 듯 멈춰 있는 시공간의 경계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계절의 흐름, 자연의 호흡, 그리고 자신의 기억과 감각이 겹쳐지는 새로운 감각을 경험한다. 특히 두 장소를 작가의 시선과 기술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병치시키며, 정제된 공간감과 생명력 넘치는 자연이 공존하는 이중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시각적 긴장과 조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서도 잠시 머물고 싶게 만드는 ‘감각적 청량함’을 선사하며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물리적 여행을 유도한다.

폭염 속에서도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각자의 속도와 온도로, 예술과 공명하며 ‘Chill’해지기를 바란다. 자연의 영속성과 시간의 순환에 대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사유는 결국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각적 생존 전략이며, 무엇보다도 이 여름을 견디게 하는 가장 우아한 ‘블루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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