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로또 아파트'에서 무슨 일? 몰려든 중국인에 커지는 반감

2025-04-13

지난해 초부터 본격 입주한 도쿄 주오(中央)구의 '하루미 플래그'. 일본에선 초유의 5500세대 대단지 맨션(일본에서 '아파트'를 지칭하는 용어)인데,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로또 아파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분양가 대비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침체기 동안 일본인은 "집은 사면 그날부터 가격이 내려간다"란 인식을 갖게 될 정도로 부동산은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이 대단지가 일본 분양 시장의 회복을 상징하면서 기존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다.

당초 하루미 플래그는 시세보다 싼 분양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3년 도쿄도는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이 일대를 올림픽 선수촌으로 재개발한 뒤 일반에 분양하기로 했다. 입지는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도쿄 최중심부인 미나토(港)구와 주오구, 치요다(千代田)구에서 가깝고 도심과 도쿄만에 대한 조망이 가능한 곳이었다. 부동산 개발회사를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도쿄도가 2016년 미쓰이부동산 등 11개 컨소시엄에 넘긴 약 13만㎡(약 4만 평) 규모의 부지 가격은 130억 엔(약 1291억원)이었다. 이는 당시 공시지가의 10분의 1 가격으로 3.3㎡(1평)당 336만원 꼴이었다. 일부 도쿄 시민은 "공공 자산의 부당한 헐값 매각"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반발도 있었다. 논란 끝에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2019년부터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워낙 싸게 얻은 땅이라 분양가도 저렴했다. 3.3㎡당 300만 엔(당시 환율 기준 3300만원) 수준이었는데, 주변 신축 맨션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20평대 한 채가 6억~7억원대였다. 여기에 50%인 공지율(대지 중 건물이 아닌 면적 비율)은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했고, 단지 내 초·중학교, 상가 시설과 구청 출장소 등도 들어오기로 했다. 도쿄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 분양 이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분양가의 2배가 넘는 호가를 자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던 것은 아니었다. 해안의 간척지라 지진과 쓰나미에 취약하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분양이 2차, 3차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뛰어든 사람 중엔 중국인이 많았다고 한다. 주목도가 높았던 곳이었던 만큼 일본 언론에선 중국인 취득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가 나왔다. 분양 가구의 15~20% 정도가 중국인 물량으로 추정된다거나, 왜 중국인이 일본으로 몰리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도 나왔다.

중국 부유층이 엔저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일본으로 고개를 돌렸다는 것이었다. 증여·상속세가 없는 중국에서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부동산이 이용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인끼리 거래하고 차액은 중국 내에서 받으면 양도세도 피할 수 있다. 자녀가 이를 종잣돈 삼아 일본에서 부동산을 또 사들이면 자금 출처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지 내 대형 마트를 방문했더니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렸다. 중국인이 몰린 탓일까, 이곳에선 '반중'에 가까운 정서가 나타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인 '시로타쿠(白タク)'와 '불법 민박'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일본에선 영업용엔 녹색 번호판을, 자가용엔 흰색 번호판을 쓴다. 흰색 번호판을 달고 영업을 하는 불법 택시를 '시로타쿠'라고 부르는데, 주민들은 주로 중국인 사이에서 영업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를 문제 삼는 이유는 차들이 도로에 정차하고 있으면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 단지 커뮤니티 내에서 이를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경찰차가 하루에도 여러 번 단속을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2월, 3세 아이가 불법 택시로 의심되는 차에 치이는 사고가 났다. 중국인 운전자의 소행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입주민 사이에서 "왜 불법 택시가 횡행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폭발했다.

또 단지 안에선 '불법 민박 금지' 경고문을 게시판이나 로비,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경고문은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로 적혀 있는데 주민들이 중국인 불법 민박 영업을 의심해 관리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는 중국인이 많다 보니 생겨난 의심인데, 입주민 12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 채팅방에선 단지에서 규약으로 금지한 민박 이야기가 수개월 동안 회자했다고 한다. 단지에 외국인 등 외부인들이 드나드는 것에 대해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은 단지 특성상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타지에서 지인이나 가족을 방문했을 수도 있어 예단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왔지만, "중국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편함에서 키를 꺼내는 모습을 봤다" "청소도구를 들고 방 번호들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다니는 중국인이 있었다" 등의 의심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인근 마트 앞에서 만난 한 일본인 여성은 "중국인은 룰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목소리도 크고 새치기도 하는 등 일본인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본인의 시선에 중국인들은 반박했다. 입주민인 한 중국인은 "일본인도 큰 목소리를 낸다"며 "유럽에 가면 동양인 매너가 안 좋은 건 매한가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인근 맨션에 사는 재일중국인 야오 씨는 "단지 환경이 상하이처럼 길과 건물 간격이 넓어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며 "좋은 환경을 같이 잘 가꿔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 자본의 일본 부동산 취득과 이로 인한 반중 정서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재류 자격을 취득한 중국인 수가 내년에는 100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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