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29일 사전투표가 시작되며 게임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산업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대선 주자의 게임 산업 공약을 정리했다.
게임기자단은 이달 20일~21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게임산업 정책 공동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게임기자단 공동 질의서에 유일하게 회신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달 27일 열린 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게임특위) 정책 제안 행사로 입장을 대신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요청한 마감 기한까지 회신하지 않아 이달 26일 공개한 공약집 내용을 참고했다.
이재명, 게임 전담 조직 신설…심의 자율화·질병코드 유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게임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달 17일 광주 e스포츠 경기장에서 ‘K콘텐츠·e스포츠 레벨 업’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은 만화처럼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이제는 이스포츠를 하나의 직업군, 문화 콘텐츠로 인정하고 생태계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게임 등급분류 제도 개편 등 ‘9대 취향 저격 공약’을 공개했다. 그는 새로운 게임 산업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사행성 게임을 제외한 게임들의 사후 관리 기능만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불투명한 사전 심의는 배제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게임 심의는 민간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도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후보에게 게임산업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을 제안했다. 게임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게임산업 전담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특위는 기존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나뉘어 있던 체계를 개편해 필요 시 통폐합을 추진하고, 게임·e스포츠 산업 진흥원을 추진하거나 각각의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아울러 민주당 게임특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규정한 게임이용장애(게임 과몰입)의 국내 질병 코드 체계 편입 문제와 관련해 객관적 근거가 확보되기 이전에는 질병코드 도입을 유보하자고 제안했다. 또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중장기 연구를 추진하고, 비의료적 방법으로 게임 과몰입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모델 연구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모태펀드 내 게임 및 e스포츠 특화 계정을 운영하고, 2017년 도입된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게임을 추가하는 내용도 제안했다. 아울러 e스포츠 기업의 자생력 향상을 위해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거점 경기장 활성화·생활 e스포츠 저변 확대 등 지속 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도 내놨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을 '문화'를 강조한 방향으로 변경하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관련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 합법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게임특위가 제안한 정책은 곧바로 공약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후보가 당선될 시 국정과제에 반영할 예정이다. 게임특위 부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발족 후 약 석 달간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며 각계 의견을 청취했다”며 “이 내용이 곧바로 민주당의 공약인 것은 아니지만, 게임분야 발전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다해 국정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 단기 이익만 추구하면 산업 전체의 건전한 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 이용자를 기망에 가까운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전체가 발전하지 당장 이익 때문에 이용자들을 갈취하면 시장이 죽는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등급제 민간자율화·세액공제 약속…질병코드·P2E 관련 입장은 없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제21대 대선 공약집을 통해 △게임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신설 및 정부주도 모태펀드내 게임 계정 도입 △등급제 완전 민간자율화로 자유로운 게임창작 여건 마련 및 소비자 편의 확보 △인지기능 개선 및 치료 목적 기능성 게임 등 신성장 분야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게임산업 진흥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열린 ‘e스포츠 지역리그의 성공적 정착 및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게임산업과 e스포츠 성장에 국민의힘이 앞장서겠다”며 “콘텐츠 제작 환경의 다양성·창의성을 저해하는 게임 사전 검열 제도를 폐지하고, 이용자 선택과 민간 자율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8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산업 성장·수출 지원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토론회에서 “국가 차원에서 역량을 쏟아붓고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 정부의 한국산 게임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 게임과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여파로 1년에 3∼4건 정도밖에 판호를 내주지 않는다”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거의 100% 온다. 그때 어떻게든 K-콘텐츠 업계에 중요한 현안인 판호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코드 체계 편입 문제와 P2E 게임 합법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준석 “글로벌 점유율 10% 확보”…P2E 합법화·역차별 해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게임을 ‘대한민국의 두 번째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 연간 게임 수출 규모를 100억 달러(약 13조 7530억 원) 수준까지 성장시켜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내 전담 조직을 독립 강화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P2E 게임 합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사행성 게임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P2E 게임을 단순 투기 수단으로 바라보는 기존 규제 시각이 지금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며 “P2E 모델 중에서도 사행성이 아니라 창작 활동과 생태계 기여에 기반한 보상 구조를 갖춘 경우,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게임을 질병이 아닌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바라봐야 하며, 낙인효과와 산업 위축이 우려된다”며 “질병코드 등재 전에 객관적 실태조사와 과학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게임사의 글로벌 수출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유럽 콘솔, 동남아 모바일 등 시장 다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콘솔 게임 육성에도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통 서사형 게임과 콘솔 기반 콘텐츠 개발에 대한 국가 정책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준석 후보는 장시간·저보상 중심의 게임업계 노동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연근무제·선택근로시간제·주 단위 집중근무제 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해 해외 게임사에도 동일한 공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해외 게임도 동일 기준으로 확률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준석 후보는 △월 70만 원의 웹보드 게임 결제 한도 규제 완화 △게임 기술 개발에 대한 R&D 세액공제 △게임 영상물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제공 △연구소-중소기업 컨소시엄 지원 등 공약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