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쪽에 성(城)이 보이죠? 1548년 이 오케스트라가 시작된 곳입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대표인 안네카트린 포유트가 창 밖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지난 1일 이 악단의 홈그라운드인 공연장 젬퍼오퍼(Semperoper)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올해로 478주년을 맞이한다. 음악의 역사가 긴 유럽에서도 특별히 오래된 악단이다.
시민 사회 성장과 함께한 빈 필하모닉(1842년), 베를린 필하모닉(1882년) 같은 오케스트라에 비교해보면, 궁정 악단으로 시작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악단의 원조격에 속한다. 포유트 대표는 “오래됐을 뿐 아니라 여러 차례의 전쟁이나 정치적 부침에서도 활동을 중단한 적이 없는 특별한 오케스트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고(古) 악단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1570년 창단)에서 11년 동안 대표를 지내고 2024년 드레스덴으로 옮겨온,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행정가다.
480년을 바라보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다르다. 1일 젬퍼오퍼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신년 음악회에서는 오랜 역사가 만든 독특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특별히 대중적이고 듣기 편한 음악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자신들의 정체성과도 같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빼놓지 않고 포함해 연주했다. 15분가량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교향시였다. 현악기의 세련된 음색과 관악기 주자들의 빼어난 기량이 돋보였다. 478년 동안 만들어진 ‘드레스덴 사운드’다.
이 특별한 소리는 19세기에 5년 동안 음악감독이었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나의 마술 하프”라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2012~24년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은 “독일의 악단들보다 약간 덜 어두우면서 동시에 투명한 소리”라고 칭했다.
포유트 대표는 “‘드레스덴의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오케스트라의 음악가들은 늘 그 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923년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첫 연주 녹음을 시작해 100년 넘는 음반의 역사로 전 세계 청중에게 ‘드레스덴 사운드’를 각인시켰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슈트라우스나 베버 같은 독일 전통 작품에 강점이 있고, 독일 악단 중에서도 중후하고 격조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며 “하지만 거기에 세련미가 있는 조화를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말로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드레스덴 사운드’의 비결을 정밀히 밝히려는 시도도 있다. 드레스덴 국립음대는 이 악단의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음악가들을 인터뷰한 2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2022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오페라 연주를 오랫동안 경험했던 데에서 기인한 여유 있는 호흡과 같은 것들을 ‘드레스덴 사운드’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 역사가 드레스덴 사운드의 차별점이다. 포유트 대표는 “새로운 단원이 합류하는 순간부터 그 전통을 전수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고 했다. 2024년부터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첼리스트 김다원은 “지휘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단원들만의 호흡으로 특별한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주 작은 소리를 함께 연주할 때 독특한 음색이 나오는데 그때 전통의 힘을 느낀다”는 그는 “100년 넘은 악보를 사용할 때도 역사가 눈에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랜 역사는 지금도 기록되고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비올라 단원인 안드레아스 슈라이버는 1548년부터 2023년까지의 단원 명부를 최대한 모아 335페이지의 책으로 출판했다. “작센주 기록 보관소, 오케스트라 인사 파일, 온라인과 옛 문헌에서 자료를 찾았으며 지금도 무궁무진한 자료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포유트 대표는 “수백 년 동안의 공연에 대한 목록을 관리하고 있는데 정말로 긴 엑셀 파일”이라며 웃었다.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사명이다. 포유트 대표는 “478년 묵은 박물관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23년에 아카데미를 만들어 20대의 연주자들이 우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의 역사도 12년이 됐다. 레스토랑이나 바로 연주자들이 찾아가 공연도 연다.” 공연 후 콘서트홀 로비를 클럽처럼 만들어 청중에게 뒤풀이를 제공하는 시리즈도 지난해 시작했다. 포유트 대표는 “오래된 역사는 매우 특별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다음 세대에 그 경험을 전할 책임이 있다”라고 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중앙일보 주최의 2026 중앙음악콘서트로 이달 27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2012년부터 이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를 맡은 정명훈,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하는 무대다.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독일 사운드를 내는 악단”이라며 “특히 현악기의 소리가 기가 막히게 좋다”고 극찬한 바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8번째. 28일 롯데콘서트홀과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이 열린다. 연주곡목은 ‘드레스덴의 작곡가’인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시작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이어진다.





![[핌in종로] "인간 이정후 만나러 왔다"... 비시즌에도 아다메스가 韓 찾은 이유](https://img.newspim.com/news/2026/01/06/260106154241619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