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것도 역대 최대폭 감소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다. 주목할만한 내용은 또 있다. 전체적으로 소폭 늘어난 일자리를 견인하는 층이 60대 이상 노령층이라는 사실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와 ‘고용 허리’라 할 수 있는 40대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60대 이상 일자리는 평균 증가세를 웃돈다. 성별로는 남자보다 여자 일자리가 늘었다.
고령층과 여자 일자리가 늘어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요양병원 종사자, 요양 보호사 등 보건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고령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환경 변화가 이어낸 일자리인 셈이다.
사실 20대 이하 일자리는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대비 14만 6,000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감소세 기록이 다시 깨졌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젊은 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원인으로 꼽는다.
젊은 층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 원인은 또 있다.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환경이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 고용이 1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등 주로 단기 근로자들이지만 20대 이하에서는 23.1%가 일자리를 뺏겼다.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동화와 키오스크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니 청년들의 단기 일자리는 갈수록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도시를 찾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도시들의 음식점이나 카페의 풍경이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종사자들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계산을 하는 풍경. 되돌아보니 우리가 찾았던 크고 작은 모든 가게에서 그 흔한 키오스크를 본 적이 없었다. 빈 옆에 있는 작은 도시 바덴바이빈도 그중 하나다. 이 도시는 휴양도시로 이름을 알렸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예외 없이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오래된 도시다. 그러나 지난 2010년대까지 2만 5천 명이었던 인구가 늘어나 지금은 3만 명을 웃돈다. 휴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인구를 유입하고 관광객을 늘려온 덕분이다.
유럽의 도시들이 IT 기술의 효율성을 간파하지 못해 디지털화 대신 일자리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일자리를 없애고 다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우리의 모순된(?) 환경. 그 앞뒤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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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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