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양극화' 서울, 지난해 전세계 고급 주택 상승률 1위

2025-04-01

지난해 서울의 고가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속에 최고급 주택이 특히 더 오르는 ‘초(超)양극화’의 징후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1일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발행한 '2025 부의 보고서(Wealth Report)'에 따르면, 서울의 고급주택가격지수(PIRI·Prime International Residential Index) 상승률은 18.4%로 전 세계 100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마닐라(17.9%), 두바이(16.9%), 리야드(16%) 등이 서울의 뒤를 이었다.

2023년 6.2%로 전 세계 18위에 그쳤던 서울은 1년 만에 순위가 급상승했다. 지난해 서울의 고가주택 상승세는 도쿄(12.1%), 싱가포르(3.6%) 등 아시아 주요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뉴욕(-0.3%), 런던(-1%), 홍콩(-2.2%) 등은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 나이트 프랭크는 "지역 내 자산가들의 부 증가와 고급 주택의 공급 확대가 서울의 높은 상승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000만달러(약147억원) 이상 자산가는 3만9210명으로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많다. 전 세계 1.7%에 해당한다.

PIRI는 나이트 프랭크가 전 세계 100개 주요 도시의 주택 중 상위 5%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만 추려 변동률을 조사한 지수로 매년 발표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가 상위 5%는 약 28억2300만원 이상이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강남3구와 한강변의 신축·재건축 단지들이 포함되는 가격이다.

올해도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는 서울 고가 아파트에서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5만698건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 23.2% 적었고, 전국 17개 시·도 전부 거래량이 5년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만은 거래량이 5년 평균치 대비 8.2% 많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신고된 서울의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매매는 132건이다. 지난해 1분기 66건의 2배가 넘는다. 지난달 3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70억원에 거래되며 '국민 평형' 아파트 최초로 3.3㎡당 2억원을 넘어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지난달 19~23일에는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126건 중 40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183.41㎡는 넉달 전보다 8억원 뛴 92억원에, 이촌동 한강맨션 101.95㎡는 17일 전보다 약 3억원 오른 43억894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고가주택 시장의 상승세는 자산가 중심의 ‘선별적 과열’로 해석된다. 똘똘한 한 채 선호, 물량이 제한적인 한강 조망 아파트, 소득·자산 격차 확대 등이 초양극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고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전체 주택 시장의 회복으로 오인돼 정책 판단에 착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뉴욕 맨해튼은 보통 사람이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은 강남권도 청약이나 갭 투자 등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더 큰 박탈감을 느낀다”며 “자산가 수요가 많은 지역은 경제 위기에도 가격이 오르는 만큼, 고가주택 상승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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