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HBM4 실물 첫 공개…AI 메모리 전쟁 '2막' 올랐다

2025-10-22

삼성, 1c 공정 앞세워 기술 리더십 복귀 노려

SK, 16단 적층·TSMC 협력으로 시장 수성 선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처음 공개하며 본격적인 HBM 전쟁의 막을 올렸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 메모리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술 반격을, SK하이닉스 시장 수성을 선언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 개막 행사에서 양사는 각각 HBM4 실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 구도를 선명히 드러냈다.

올해 전시 주제는 '한계를 넘어, 연결된 혁신(Beyond Limits, Connected Innovation)'으로, HBM4는 현재 주력인 HBM3E(5세대)를 잇는 6세대 제품이다. 내년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에 탑재될 예정으로, 양사 모두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한 HBM4를 선보였다. 기존 5세대(1b) 공정을 쓰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한 세대 진화한 공정을 앞세워 '기술 리더십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삼성은 열 분산 구조와 신소재 범프(bump) 설계를 개선해 방열 성능을 11% 높이고, 전력 효율을 40% 개선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전송 속도도 11Gbps 수준으로, 업계 표준(8Gbps)을 크게 웃돌았다. 스택당 대역폭은 2.8TB/s로 SK하이닉스(2.0TB/s)를 앞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적층(스택) 기술에서 우위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16단 적층 구조로 설계됐으며, 베이스 다이(Base Die)에 시스템 반도체용 메모리 컨트롤러를 통합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가 베이스 다이를 제조하고, SK하이닉스가 D램 칩을 적층해 완성한 '맞춤형 HBM'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전작 HBM3E 대비 40% 향상된 전력 효율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HBM4는 단순한 메모리 제품이 아닌, AI 시스템 전체의 처리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평가된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이동 속도를 극대화하는 HBM 구조 특성상 AI 학습·추론 성능에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HBM4 공급 능력이 향후 AI 반도체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와의 HBM4 성능 평가(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르면 11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BM3E 시장에서 점유율 17%로 밀린 삼성전자는 HBM4로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초 "HBM4와 커스텀 HBM 등 신시장 개발에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 삼성의 점유율이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점유율 62%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컴퓨텍스 현장에서 직접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언급한 점은 협력 강화를 상징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부문 신제품도 함께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의 자체 설계 CPU와 차세대 GPU가 탑재된 프리미엄 모바일용 칩으로, 삼성 반도체의 수직 통합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 갤럭시 플립7에 탑재된 바 있다.

한편,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송재혁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반도체 산업의 혁신은 이제 협업의 시너지에서 나온다"며 "DRAM, NAND, 로직, 패키지 기술 간 경계를 허물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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