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프런티어: K를 넘어서
※AI로 생성한 팟캐스트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끝났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가 바뀌었다. 통상 블랙 프라이데이의 주인공은 에어팟이나 다이슨, 삼성 TV 같은 검증된 고가의 테크 제품이었다. 벼르고 벼르다가 검색해서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하지만 2025년 블프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한국의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의 부스터 프로였다. 역사가 또 한 번 바뀌었다. 이 바뀐 역사에 광고의 몫은 없었다. 이른바 광고의 몰락이다.
2025년 12월 1일, 테헤란로의 빌딩 숲 사이로 칼바람이 분다. 경기도의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인영은 막 대리를 단 주니어다. 지하철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면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그녀의 육체는 하루 종일 이어진 잔업으로 녹초가 됐다. 최근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라 그녀도 쉴 틈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잔무만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시즌이 올 때마다 고민이 있다. 바로 옷차림이다. 아무리 자율복장이라고 하더라도 TPO(time·place·occasion, 시간과 장소 및 자리)에 맞는 옷차림은 갖춰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없으니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세련됐다는 칭찬을 듣고 싶지만 옷장을 열면 한숨만 나온다. 입을 옷이 없다. 아니, 입을 만한 새 옷이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저 없이 스마트폰의 잠금을 네이버 쇼핑이나 지그재그·W컨셉·무신사와 같은 쇼핑 앱을 켰을 것이다. 검색창에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30대 여성 직장룩’ ‘겨울 핸드메이드 코트’ ‘송년회 코디’ 같은 키워드를 입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쏟아지는 수천 개의 섬네일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예산에 맞는 옷을 찾아내려고 휴대전화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노동에 가까운 검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광고성 블로그를 걸러내고, 최저가를 비교하며, 리뷰 알바가 쓴 가짜 후기를 판별해 내는 그 지난한 과정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과정을 ‘스마트 컨슈머의 합리적 소비’라 불러왔지만, 실상은 퇴근 후 또다시 시작되는 제2의 업무, 바로 ‘정보 탐색 노동’에 불과했다.

지금 피곤에 지칠 대로 지친 인영은 더 이상 그 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 그대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유튜브 아이콘을 눌렀고, 곧바로 쇼츠(Shorts) 탭으로 빨려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