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최대한 수집’ 지침
심층 질문·휴대폰 조사
H-1B 여행자제 당부도
최근 강경한 이민법 시행으로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도 까다롭게 진행되면서 시민권자들조차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휴대폰 검사, 무작위 수색, 입국 지연 사례 등이 잇따르면서 단순한 해외여행조차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USA 투데이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공항 입국 심사에서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자에게도 심층 질문과 전자 기기 검사 등을 진행하면서 소위 ‘강화된 심사(enhanced vetting)’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특히 이러한 심사는 주로 복수 국적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케일린 리베라는 카리브해 퀴라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 과정 중 제지를 당했다. 리베라는 미국과 콜롬비아 복수 국적자이자 바이든 행정부 시절 환경보호청 상임 고문을 지낸 바 있다.
리베라는 입국 심사 도중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돼 여행 목적과 일정에 대해 심문을 받았고, 가방까지 수색당했다고 주장했다.
리베라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불안감이 너무 컸다”며 “혹시 몰라 입국 전 소셜 미디어 앱을 삭제하고, 휴대폰 얼굴 인식 기능도 꺼둔 상태였다”고 밝혔다.
글렌 쉬에크 이민법 변호사는 “입국 심사관들은 지금 당국으로부터 입국자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라는 지침을 받고 있다”며 “예전에는 문제가 없던 시민권자나 합법 비자 소지자들도 얼마든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사 대상 확대는 실제로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다.
최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는 레바논 출신의 라샤 알라위 교수(브라운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소지하고 입국하려다 비자가 취소되고 추방됐다. CBP는 그녀가 무장 테러단체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휴대폰에 관련 영상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알라위 교수는 헤즈볼라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은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등 테크 기업들이 로펌을 통해 직원들에게 해외 방문 재고를 권유하고 있다. 관련 로펌들은 현재 H-1B 비자 거부율이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수준인 약 15%까지 다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과 사례는 H-1B 소지자를 둔 대부분의 테크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에만 1만 4764개의 H-1B 비자 승인을 받았다. 구글(5369건), 메타(4847건), 마이크로소프트(4725건), 애플(3880건) 등도 H-1B 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심사 강화 정책이 테크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내셔널이민법센터의 린 다미아노 피어슨 수석 변호사도 “영주권자뿐만 아니라 학생 및 H-1B 비자 소지자에 대한 심사가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입국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천관우 이민법 변호사는 “요즘에는 사소한 범죄 기록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주권 발급 과정에서 출입국 기록 서류인 I-94를 위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주권을 받은 뒤에도 해당 사실이 적발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학생, H-1B, 여행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이 입국 심사관 질의에 답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천 변호사는 “입국 심사 시, 비자 발급 목적과 조금이라도 다른 답변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학생이나 여행 비자로 입국하는데 영리 활동이 조금이라도 언급된다면 입국 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주권자는 2차 심사 등 불리한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권리를 명심하고 있어야 하고, 특히 영주권 포기 각서(I-407)에는 절대 서명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