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이 제철을 맞았다. 붐비는 전철 안에서 롱패딩 사이에 끼어 있으면 묘한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나만 이렇게 추운 게 아니구나’ 이불 같은 옷으로 칭칭 싸맨 사람들의 부푼 덩어리는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에어백처럼 서로를 버텨준다. 다른 계절과 달리 서로 부딪쳐도 불쾌감이 적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의 감상이고, 패딩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패딩점퍼의 겉감은 얇은 폴리에스터 재질로 마찰에 약하다. 날카로운 단면이나 뾰족한 물체에 걸리면 순식간에 찢어진다. 가격을 생각해서 모른 체하고 싶어도, 문밖을 나서면 왠지 구멍 난 부분만 시린 느낌이다. 유료로 A/S를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모든 브랜드가 흔쾌히 수선을 맡아주지는 않는다. 구멍 하나 때문에 3년 전 영수증을 찾아 헤매느니, 그냥 직접 수리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롱패딩의 나라’ 한국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패치를 판매한다. 다만 이것은 패딩에만 붙일 수 있고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 거슬린다. 완벽하지 않을 바에야 투명 테이프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점퍼나 바람막이 보수에는 TPU 재질의 방수 테이프를 강력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기어 리페어 패치(gear repair patch)’는 나일론, 고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에 사용할 수 있다. 텐트, 천막, 물놀이 튜브, 에어매트처럼 구멍이 있으면 못 쓰게 되는 물건들은 수리 패치가 수명을 연장해준다. 설령 바느질의 대가라도 패딩점퍼나 텐트에는 바느질하면 안 된다. 방수 원단은 씨실과 날실로 짜인 직물이 아닌 하나의 ‘막’이다. 바늘이 한 번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오히려 없던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원단은 재활용도 안 되기 때문에 지구를 위해 최대한 오래 써야 한다. 새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수리 패치를 꺼내 든다.
*수리 패치 사용법
- 먼지나 이물질이 없도록 주변을 깨끗하게 닦는다.
- 구멍 크기의 3배 정도로 테이프를 자른다. 가장자리를 둥글게 잘라야 쉽게 들뜨지 않는다.
- 건조한 상태에서 테이프를 붙인다. 가운데부터 문질러 기포 없이 부착한다.
-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하거나, 천을 덧대고 낮은 온도로 다림질한다(선택).
이제 우리는 비가 새는 우산이나 구멍 난 고무장갑도 수리할 수 있다. 전등을 향해 우산을 펼치면, 구멍이 나 해진 자국이 보인다. 낡아서 발수력이 떨어진 경우는 쓸모가 없지만 찢어진 부위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고무장갑도 마찬가지다. 장갑을 뒤집어 구멍 난 부분에 패치를 붙이면 새것처럼 쓸 수 있다. 방수밴드를 붙이는 방법도 유명하지만 자주 떨어져서 번거롭다. 기어 리페어 패치를 1롤 구입해 두면 필요할 때마다 크기에 맞게 잘라 쓸 수 있어 편리하다. 1롤의 양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친구나 지인들과 나누어 쓰자. 일단 수리 패치로 롱패딩의 구멍을 막았으니 통장에 구멍 날 일이 없어졌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구멍을 막을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흐뭇한 친구이다.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