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올해 10월 16일 건설회사 사업장에서 폐콘크리트 상차 작업을 하던 중에 소속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해당 건설회사 및 그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위반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법 시행 이후로 현재까지 약 30건의 판결이 선고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의 유예 조항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제1조제1항은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하여는 올해 1월 26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됏고, 위 판결에서 문제된 공사금액은 약 42억 원(변경 후 약 38억 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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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도 위와 같은 부칙 규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까지 진행되며 쟁점이 된 부분은 ‘관급자재비’다. 검사는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 약 10억 원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이 경우 공사금액이 50억을 넘으니 이 사건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헌법상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및 부칙 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공사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공사금액을 판단하는 것이 계약당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점 △당사자 간 계약된 금액을 공사금액으로 보는 것이 영세사업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기간을 두기 위한 부칙 조항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점 △관급자재비를 공사금액에 포함시킨다는 법률 규정이 없음에도 입법목적을 앞세운 해석을 통해 처벌의 대상을 확대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점 △관급자재비용이 공사계약금액에 포함되지 않고 분리 발주된 경우에도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를 포함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인 점 △변경 후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를 더하더라도 약 48억 원으로 50억 원에 미달하는 점을 이유로 이 사건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부칙 조항의 문언과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타당한 해석이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