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릭스에서 美 직격 "관세 전쟁이 무역 규칙 훼손"

2025-09-08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국제 규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제80주년 ‘전승절(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대회)’을 개최하며 반미 연대의 선봉장을 자처한 중국이 이번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자리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를 이끄는 다자무역체제의 구심점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 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현재 백년만의 대변동을 겪는 세계에선 패권주의·일방주의·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연달아 무역·관세전쟁을 벌여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타격하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어 “이러한 중요한 국면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제1선인 브릭스 국가는 개방·포용, 협력·상생의 브릭스 정신을 견지해 함께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지켜야 한다”며 “‘대(大)브릭스 협력’을 추진해 인류 운명공동체를 손잡고 구축하자”고 말했다.

다자주의에 대한 강조는 이번 연설에서 연이어 등장했다. 시 주석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수호해 다자주의의 토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적극 추진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제고하자”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력화한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중국이 앞장서 복원하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국제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자”면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완비해 인류 사회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더 잘 대응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가 인류 공동의 도전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시 주석은 또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개방형 세계경제를 구축하는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개방 속에서 기회를 공유하며 상생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하기도 했다.

브릭스 국가들을 향해 잠재력을 이끌어내겠다면서 단합을 호소하는 대목도 눈에 띄었다. 시 주석은 “쇠를 담금질하려면 자신이 단단해야 한다”며 “경제 총량은 세계의 약 30%, 무역 총액은 세계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브릭스 국가가 서로 긴밀히 협력할수록 외부의 도전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은 다른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이행하고 수준 높은 ‘일대일로’ 공동건설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이번 연설에서 대미 강경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건 브릭스 주요 국가인 브라질, 인도 등이 처한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과 인도가 미국으로부터 최대 관세 50%를 부과 받고 대미 공동대응 전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반미 결집이 필요한 중국에 외교적 호재가 된 것 아니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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