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독립몰수제’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문제를 계기로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 사태 등 해외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사태 관련 국회에 신속한 독립몰수제 입법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제2, 제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아동 성착취물 범죄처럼 국경을 초월해 벌어지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의 해외 도주나 사망 등으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독일·호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정 장관은 “현행 형사제도에서는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캄보디아 내 범죄의 주범과 자금 흐름을 수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들의 범죄수익 몰수와 피해자 일상 회복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 사태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동안 국회는 이들의 범죄수익을 신속히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장관의 제도 도입 요청과는 별개로 국회에서는 이미 이달 10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박균택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보이스피싱, 불법 온라인 도박, 마약류 범죄 등 민생침해범죄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노태우 300억 원 비자금’과 관련해 “국가가 몰수·추징해야 할 돈”이라며 제도 도입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재판 과정 이전에 몰수나 추징은 사적 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