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패배를 웃음으로 풀어낸 야구철학자…머피의 '유머 리더십'

2025-10-20

"오타니는 역사적인 선수, 하지만 우리 '평범한 조'들도 자랑스럽다"

"야구는 결국 사람의 게임이다. 웃음도, 실수도, 감동도 그 안에 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밀워키 팻 머피(67) 감독은 승부의 압박감이 극심한 포스트시즌 내내 '유머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 빅리그 경험이 전무했고, 대학 팀을 거쳐 66세이던 지난해에야 처음 메이저리그 사령탑에 오른 특이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2년 연속 '스몰마켓의 기적'을 만든 새내기 유망주 감독이기에 앞서 '야구 철학자'로 현지에서 통한다.

밀워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LA 다저스에 4전 전패를 당했지만, 머피 감독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빛났다. 패배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고, 솔직하면서도 독특한 입담으로 상대 팬들에게까지 박수를 받았다. 다저스는 한국 팬들에겐 홈팀이나 다름없는 구단이기에, 머피 감독은 이제 국내에서도 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말이 나왔다.

머피 감독의 어록과 일화를 모아 소개해본다. 그는 시리즈에 앞서 "이번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다저스 선수들은 크리스티안 옐리치, 조던 몽고메리 등을 빼면 우리 선수 이름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시리즈가 끝날 땐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밀워키는 18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에게 역사적인 패배를 당하며 패퇴했다. 경기 후 머피 감독은 "오늘 밤 우리는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놀라운 퍼포먼스를 목격했다. 오타니는 10개의 삼진을 잡았고, 3개의 홈런을 쳤다. 우리 팀은 그 상징적인 경기의 일부가 됐다"고 자조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누구라도 손을 쓸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상대 팀 선수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무키 베츠는 NBA(미국프로농구)에서 (가드인) 스테픈 커리가 포워드를 맡는 격이다. 정말 과소평가된 선수"라며 찬사를 보냈다. 1차전 패배를 안긴 블레이크 스넬을 지칭하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졌고, 프레디 프리먼을 향해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라고 뜬금없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오타니의 타격 슬럼프가 계속됐을 때는 "누가 뭐래도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다. 지난 라운드에서 부진했다고들 하지만, 그건 상대 투수가 너무 좋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에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100마일 강속구에 스플리터라니, 불공평하다. 리그 사무국에 (그의 선수생활) 정지 처분을 청원해야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머피 감독은 다저스에 2연패를 당한 뒤엔 선수들에게 '위대함은 어려울 때 만들어진다'는 손글씨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늘 자신이 지휘하는 팀을 '평범한 조(Average Joes)'라 지칭하며 "우리 팀엔 슈퍼스타가 없다. 평범한 조들이 모여 이뤄낸 플레이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정규시즌 경기 중엔 이런 일화도 있었다. 주자가 도루 사인을 놓치자, 머피 감독은 상대 1루수에게 "야, 우리 선수한테 2루로 뛰라고 좀 말해줘"라고 외쳤다. 머피 감독은 선수들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감독이 왜 나를 저렇게 부르지"라고 어리둥절해하는 선수가 많아, 아예 구단에선 '머피 감독의 별명 설명책'을 따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그는 또 상의 주머니에 팬케이크나 와플, 간식거리를 넣고 다니다가 선수들에게 즉석에서 건네는 일을 즐긴다. 이에 착안해 구단은 '머피의 포켓 팬케이크'를 기획상품으로 개발해 팬들에게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빅리그 최연장자이지만, 누구보다 젊은 감각으로 팀을 이끈다. 유머로 상대의 긴장을 풀고,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하며, 패배에도 품격을 잃지 않는다. "야구는 결국 사람의 게임이다. 웃음도, 실수도, 감동도 그 안에 있다." 머피 감독이 밀워키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비결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바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음이 분명하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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