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인생은 자기를,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것"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 교수

2025-11-12

"내 인생의 사분의 일, 25년을 일제시대에 살았습니다. 내 나라에 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방이 되고 보니…'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살 의미도 없고 내 인생도 없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나보다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서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겠다, 이게 제 꿈이자 목표였습니다."

김형석(105)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들려준 얘기다. 12일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21세기북스)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지난 삶부터 돌이켰다. 1920년생인 그는 세는 나이로 백 하고도 여섯 살. 지난해 나온 전작『김형석, 백 년의 지혜』로 이미 기네스 세계 기록에 최고령(103세 251일) 남성 저자로 등재되어 올해 5월 관련 증서를 전달 받았다.

그는 "나는 별 관심이 없는데 외손녀가 신청을 했다"며 "내가 살아보니까 백 세라는 게 뭐 아무것도 아닌데 하고 있었다"고 했다. 대신 "살아보니까 자기 자신을 얼마나 키우는가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인생은 자기를 키우는 것"이자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고교와 대학에서 가르친 학생만 아니라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 역시 "제자"라고 했다.

 신간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일간지 기고 글과 미발표 원고를 담았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글을 통해 독서의 힘을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렇게 답을 시작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은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질문을 찾아야 돼요. 그건 AI를 빌릴 수 있죠. 사회과학은 하나의 물음에 대해서 몇 개의 답이 나와요,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가 할 때는 이 사람 생각, 저 사람 생각이 다른 가운데 사회 전체에서 타당성 있는 걸 찾는 거예요. 근데 인문학은 하나의 물음에 대해서 하나의 대답은 영원히 없어요." 그는 "AI의 주인은 창조하는 인간"이라며 그 활용에 세 가지 원칙을 꼽았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 양심에 비춰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 인간이 주인이고 목적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 괜찮을 거예요."

건강관리법 질문도 나왔다. 어려서 워낙 몸이 아파 모친이 '스무살까지는 살아다오'하고 바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 그는 "서른쯤 넘은 다음에는 건강에 관심을 안 갖기로 했다"면서도 "건강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했다. 그렇게 사니까 좀 달라졌다"며 이렇게 권했다. "요새는 의학이 발달됐으니, 오십이 넘으면 제일 좋은 방법은 경험이 많은 가정의학과 의사를 한 분 정해 놓고 의사에게 맡기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인 것 같아요."

"체력 낭비"와 더불어 "감정 낭비"를 하지 않는 것도 꼽았다. "제 주변에 100세 된 사람 7명이 있는데 두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남을 욕하지 않는 것, 화를 내지 않는 것." 덧붙여 "독서를 하는 사람이 늙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늙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보고 얘기하라면 인간적으로 늙지 않게 사는 것, 젊게 사는 것, 그리고 좋은 신앙을 갖는 것, 절망하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말투 속에 슬쩍 유머를 구사한 대목도 있다. "내 친구 김태길 선생이, 제자들이 가서 내 얘기를 하면 '김형석 교수는 철이 늦게 들어 오래 살 거야'…. 근데 그게 맞긴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일기를 쓰는데 금년 일기를 쓰기 위해 작년, 재작년 일기를 읽어보면 아 그때 내가 실수했구나, 그러는 게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해요. 또 어떤 때는 그것 참 내가 잘했구나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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