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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가 최근 수년간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균형 잡힌 대책을 27일 촉구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대중음악 관련 5개 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음악산업의 공정한 권리 보호를 위한 음반 제작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대표 발제자로 나선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전속계약 준수와 분쟁 시 법원 판단을 존중할 것으로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산업의 근간은 기획사와 가수가 맺은 전속계약"이라며 "그러나 가수에게 이 매듭을 풀어도 된다고 이간질하는 부도덕한 타 기획사와 음악 프로듀서, 그 뒤에 숨은 거대 자본이 있다. 심지어 가수가 기획사를 나오는 게 좋다고 외치는 팬덤과 기획사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기획사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쟁 당사자는) 사법부의 판단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누구도 법원의 판단 이전에 (전속) 계약 파기를 확정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 이후에는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형평성 있는 제도 개선에 힘써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개된 한 영세 기획사의 민원에 따르면 어느 무명 가수는 TV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얻자 다른 기획사로부터 금전적 보상과 활동 기회를 제안 받았다.
최 사무총장은 "탬퍼링 혹은 전속계약 위반 이슈는 '우리가 아는 몇몇 사건'이 아니라 메이저부터 인디 기획사까지 전염병처럼 확산 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대한민국 음악 산업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전혀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했다"며 "이제 시대에 부합하도록 표준전속계약서를 개정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의 도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요계 종사자들은 종합 토론을 통해 제작자가 신인 데뷔를 위해 큰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탬퍼링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걸그룹 유니스의 소속사 F&F엔터테인먼트의 최재우 대표는 "(신인을 데뷔시키는 데는) 사전 마케팅과 앨범 제작까지 중소 기획사라 하더라도 최소 10억원대 이상부터 100억원대까지 들어간다"며 "(가수와 기획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K팝을 제작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편견 없는 환경에서 K팝을 이끌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국장은 "환경이 바뀌어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는데도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모든 의무와 책임이 기획사에 몰려 있다"며 "전속 계약 분쟁 사건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도록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명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본부장도 "현재 신인 개발에는 프로젝트당 수십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전체 시장의 90% 이상이 중소형 기획사임을 고려하면 음반 제작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상당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탬퍼링 이슈로 인해 관계 파탄에 이르더라도 전속계약 잔여기간에 (경업을) 금지하게 함으로써 탬퍼링 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등 산업 실정에 맞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