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로 인구수 줄어
민가 공격에도 퇴치 못해
“투표하러 가기도 무서워”

일본에서 곰이 민가에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빈발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나라현 고조시에 사는 80대 여성이 전날 집 안마당에서 빨래를 말리려다 곰의 공격을 받아 얼굴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곰 습격 피해 사례는 이달 들어서만 여러 건이다. 지난 4일 이와테현에서는 혼자 살던 81세 여성이 주택에 침입한 곰에게 습격당해 목숨을 잃었다. 12일에는 홋카이도 후쿠시마초 주택가에서 50대 신문 배달원이 곰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미야기현 골프장에도 이날 오전 곰이 나타나 대회가 연기됐다고 NHK는 전했다. 지난달엔 야마가타현 야마가타공항 활주로에서 곰이 목격돼 항공기 10여건 운항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농작물 등 재산 피해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곰의 민가 출현은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성에 따르면 2023년 전국 곰 목격 건수는 2만4348건이며 사망자 6명 포함 219명이 피해를 입었다. 목격 건수와 인명 피해 모두 역대 최다 수치다. 도시 지역 출몰 등의 사유로 포획된 곰은 지난해 5344마리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대비 3.5배 증가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곰이 민가에 출몰하는 주된 이유로는 지방소멸이 거론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방 인구가 급감해 사람과 곰의 생활권을 나누던 완충지대가 황폐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덤불을 베어내고 전기 울타리를 치는 등 대책이 있지만 사람이 없으니 실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곰 출몰 증가도 지방이 쇠퇴한다는 일본 사회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내에선 곰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엑스에는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에 투표하러 가고 싶지 않다. 사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투표소 근처에서 곰을 목격한 사례가 있다”는 글이 게시돼 이날까지 조회수 약 2000만건을 기록했다.
우려가 잇따르자 일본 정부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판단하에 곰 출몰 시 민간인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오는 9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이전까지 주거 지역에서는 사냥용 총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곰이 나타나더라도 경찰이 출동하기를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