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거센 후폭풍···수험생·학부모 분노에 절대평가 회의론까지

2025-12-07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이 역대급 ‘불영어’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후폭풍이 거세다. 수험생·학부모의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당국이 사과에 나섰고, 논란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찬반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사교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당초 ‘절대평가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 5일 오후 ‘사과 표명’ 보도자료를 내고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올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은 3.11%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오승걸 평가원장이 지난 4일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다소 미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한 것에서 하루 만에 사과 표명으로 수위를 높였다. 교육부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육 당국이 사과를 표명한 배경에는 성적 상위권 학생·학부모 등 여론 주도층의 반발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9월 모의고사 때까지 영어 1등급을 받던 학생들이 이번 수능에선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교육부에서 이번 문제를 인정하고 심각하게 살펴보겠다고 한들 수험생들이 그 말을 믿겠느냐”며 “내년부터 영어 사교육 열풍이 부는 것은 뻔하다” 등의 항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2018년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 이후 난이도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영어 1등급 비율은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19.1%로 지나치게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9월 모의평가에선 4.5%로 어려워졌다. 지난해에도 6월 모의평가에선 1.47%가 1등급을 받았지만 9월에는 10.94%, 2025학년도 수능에선 6.22%로 편차가 컸다.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 2018년도 수능 이후 1등급 비율은 3.11%부터 12.66%(2021학년도 수능) 사이에서 등락을 보였다.

일각에선 절대평가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수능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로, 구조적 오류가 한계에 다다르며 현장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 일반고에서 기초 교과목 중 영어를 선택한 비율이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하락했지만 영유아 영어학원의 연간 비용은 대학 등록금의 2.3배에 이른다고 했다.

교육 당국은 그간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출제 기조를 강조해왔다.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유리하지 않은 문제를 내기 위해서는 시험의 전반적인 난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경쟁 완화라는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영어 영역에서도 변별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이 모순됐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영어 영역에서 변별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어와 수학 영역으로 학생들의 부담이 쏠릴 수 있어 평가원이 영어 변별력을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가 수험생 부담도 완화하는 동시에 변별력 확보까지 해야 한다며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입시업계는 영어 등급 하락으로 수능 최저 요건을 맞추지 못한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로학원은 올해 서울 소재 10개 대학 인문계열 탈락자 규모가 전년보다 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최저 무충족 인원 증가로 미등록자가 생기면 정시 이월 인원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시 모집 확정 인원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정시에서도 영어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같은 영어 2등급이라도 어떤 대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등급과 점수 차가 없기도 하고 5점 이상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