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표 개그’가 돌아왔다

2025-04-01

3번째 직접 연출작 ‘로비’ 2일 개봉

이동휘·차주영 등 주연급 배우 총출동

뭉쳐야 뜬다? 영화 ‘로비’의 포스터(사진·2일 개봉)를 보면 이건 머릿수의 싸움이지 싶다. 하정우·김의성·강해림·이동휘·박병은·강말금·최시원·차주영·박해수·곽선영. 내로라하는 주연급 배우 10명을 한 영화에 모은 것만도 대단하고, 성동일·현봉식·박경혜·엄하늘 등 적은 분량의 배우들도 영화 곳곳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인다.

이런 배우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건 ‘감독’ 하정우의 힘일 테다. ‘로비’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4)에 이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영화의 주요 무대는 골프장 필드 위다. 4조원 규모 국책사업 입찰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두 신생기업 대표 창욱(하정우)과 광우(박병은)의 접대 골프가 배경이기 때문. 광우는 국토교통부 장관 조향숙(강말금)을, 창욱은 국토부 실세 최 실장(김의성)을 공략하기 위한 작전에 몰두한다.

문제는 이들이 하필 같은 날, 같은 골프장을 로비 장소로 택했다는 것. 창욱이 속한 그룹에선 최 실장의 환심을 사려고 섭외한 프로골퍼 진세연(강해림)에게 하는 최 실장의 선 넘는 구애와 추근대는 말들이 너무나 뻔뻔해 탄식을 자아낸다. 광우의 그룹은 조 장관의 ‘최애’인 왕년의 톱스타 마태수(최시원)를 섭외했지만 과음한 그가 과거 연인 다미(차주영)와 다시 엮이면서 로비도 우당탕 쿵쾅 무너진다.

배우들이 오랜 시간 철저히 합을 맞춘 덕에 코미디의 기본이 되는 배우 간 차진 앙상블이 안정적으로 깔려 있다. 골프장이라는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다소 과장된 설정의 소동이 이어지는 탓에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

평소 하정우의 말장난 개그를 아끼고 좋아한다면, 100여분 동안 가볍게 실소를 터트릴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소동극 또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창조적 변용이나 참신한 발상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작품이다.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인상적인 캐릭터가 적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이지만, 창욱의 사촌동생 호식(엄하늘)의 존재감은 이 모든 결함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충격적이다. 단언컨대, 호식은 한국 영화사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캐릭터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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