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가 급성장을 하고 있으니 살펴보려고 (전시장에) 갔는데 놀랐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가 솔직한 심정입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 전시장을 둘러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출신인 유 장관은 “소재 부품들을 많이 봤는데 성능과 가격이 좋았고, 기존 주파수 한계를 넘는 기술들도 놀라웠다”며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 사업 영역은 통신 장비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마트폰,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 올해 ‘지능형 세상의 가속화’라는 주제를 앞세운 화웨이는 MWC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 전시장을 꾸렸다.
이날 화웨이 전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을 소개하는 ‘캐리어 비즈니스’ 구역을 방문했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1위인 화웨이는 5G에서 6G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인 ‘5G 어드밴스드’ 기술을 5.5G로 명명하고 상용화에 나섰다.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 모델을 제시하며 통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사의 네트워크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운전대와 가속페달, 브레이크가 달린 운전석을 전시장에 옮겨놨다. 운전대 너머 스크린에서 바깥 풍경이 보였다. 전시장에서 1만5000㎞ 떨어진 중국 광둥성 둥관 화웨이캠퍼스에 놓인 차량과 연결된 화면이다.
운전을 시작하자 즉각적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이 화면으로 보였다. 화면 왼편에는 전송속도 19Mbps(초당 메가비트), 지연시간 24ms(밀리초·1㎳는 1000분의 1초)라는 숫자가 띄워졌다. 화웨이 관계자는 “한국에선 지연시간이 40ms 안팎인데 5G 어드밴스드 기술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딥시크를 활용한 AI 솔루션들도 눈에 띄었다. 전시장에서 사람의 말에 반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딥시크를 활용했다. 화웨이의 자체 AI 모델도 있지만, 성능이 좋은 딥시크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사진을 찍으면 AI가 스토리를 자동 생성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기술에도 딥시크가 쓰였다.

딥시크 등장 이전 미국의 거센 견제를 받은 기업이 화웨이다. 치열해지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AI와 통신이 융합하는 현장인 MWC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AI-RAN(AI 기반 무선접속망)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이 적힌 부스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서구권 기업들이 주도하는 연합체다. 이에 맞서 중국 기업들도 독자 AI-RAN 기술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네트워크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