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강간죄 정의에 '비동의' 포함… “침묵은 동의 아냐”

2025-11-01

프랑스 의회가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비동의'(non-consent) 개념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하원 통과에 이어 상원에서도 승인되면서 사실상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공영방송 퓌블리크 세나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강간의 법적 정의를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로 명시하는 형법 개정안을 찬성 327표, 기권 15표로 가결했다.

개정된 조항은 '동의'가 자유의지와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야 하며, 구체적이고 사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피해자의 침묵이나 반응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법안은 폭력, 협박, 강압, 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동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프랑스 하원은 지난 23일 동일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상원의 최종 의결로 대통령의 공포 절차만 남은 상태다.

법안을 주도한 마리-샬롯 가랭 녹색당 의원은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진정한 동의란 두려움 없이 표현된 명확한 '예'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프랑스 지부의 롤라 슐만 담당관은 “이번 결정은 유럽 각국의 흐름을 따르는 역사적인 진보”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폭력과 젠더폭력의 처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을 추진한 의원들은 “이 법은 프랑스 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역사적인 승리”라고 자평했다.

반면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소피 블랑 의원은 “이제 변호사들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입증하는 대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행동과 침묵을 세세히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파 일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사회당의 로랑스 로시뇰 상원의원은 엑스(X)에 “동의라는 개념은 여성이 허락하거나 거절하는 고전적 성 관념을 반영한다”며 “동의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썼다.

한편, 독일·스페인·벨기에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비동의 강간죄가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지난 3월 유사한 법안을 추진했지만,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지 못해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