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경기 시흥시의 한국도요타자동차 부품물류센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푸른색 적재대들이 시야를 압도했다. 약 15m 높이의 적재대 수십 개가 빼곡히 늘어서 있었고, 층층마다 볼트와 스크류 같은 소형 부품부터 범퍼, 헤드램프 등 대형 부품까지 약 2만 7000가지의 부품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다. 체계적으로 분류된 물품들을 출고하기 위해 작업자들은 일정을 10분 단위로 쪼개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장 관계자는 “매일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어 전체 부품 수는 파악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약 1.6개월 분량의 부품을 보유량을 유지해 부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요타가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부품물류센터의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기존 안성물류센터 대비 2.5배 확장된 연면적 4500평 규모로 만들어져 기존보다 더욱 많은 부품을 효율적으로 보관·출고할 수 있는 구조다. 대형 물류는 물품의 넓이·폭에 따라 규격 조정할 수 있는 파렛트 랙에 저장되고, 수요가 많은 소·중물류는 중3층 랙에 배치돼 빠른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평균 2대의 컨테이너선 분량, 1500개의 입고 처리가 이뤄지며, 일평균 출고 건수는 4000건에 달한다. 향후 수요가 상승할 것을 고려해 최대 5만 1000가지의 부품 보관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한국도요타 측 설명이다.
부품물류센터 운영의 핵심은 ‘도요타 생산방식(TPS)’다. 대량 생산 후 공급하는 방식 대신 수요에 맞게 공급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셀 원 바이 원(sell one buy one)’ 재고 관리 방식이다. 대량생산을 통해 물건을 건네받으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수요에 맞게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도요타의 부품물류센터의 ‘부품 즉시 공급률'은 97%에 달한다. 대부분의 부품이 정확한 시간에 딜러 등 수요가 발생한 지역까지 도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재고가 없는 부품에 대해서는 일본 본사와의 연계를 통해 최소 4일 이내 공급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물류센터 효율화를 단행한 것은 한국도요타의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한국도요타의 누적 신차 판매는 2013년 7만 5609대에서 지난해 16만 8115대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정훈 한국도요타 부품물류부 부장은 “단순한 판매 증가가 아닌 국내 보유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품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나는 추세"라며 “단기적 트랜드가 아닌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인 만큼 신규 부품물류센터 프로젝트가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방재 설비들도 눈에 띈다. 도요타 물류센터에는 화재 발생 시에 건물에 물을 공급하는 건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 파이프에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화재가 감지될 때만 물을 방출해 추운 기후에서의 동결을 방지하고, 누출이나 파이프 파열로 인한 시스템 손상도 방지한다. 설치된 인랙 스프링클러 헤드는 총 1476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