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를 좋아해 항공정비사의 꿈을 키우던 고등학생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한양대병원에서 김동건 군(17)이 심장, 폐, 양측 신장(콩팥)과 간을 분할 기증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김 군은 지난달 16일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래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김 군은 41살에 뒤늦게 찾아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가족들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점점 약해져 가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마음에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통해 아이의 일부가 이 세상에 남아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기증을 결심했다"며 "간절한 바람에도 아이가 깨어나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순간 아픈 환자들이 기증이라는 기적과 희망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기에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인천 서구에서 외아들로 자란 김 군은 집 근처에 근무하던 엄마에게 자주 커피를 사서 전해주는 등 밝고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해 항공 정비사를 꿈꿔왔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새해에는 항공 정비 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손재주가 좋아 고장 난 자전거를 구매해 수리한 다음 되팔아 부모님의 옷을 사드렸고,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한 다음에는 오토바이 정비를 공부하기도 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는 "아내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어, 의족으로 불편한 생활을 했기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40살에 저를 만나 동건이를 낳았다"며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온니원'이라고 애칭을 붙일 정도로 많은 애정을 쏟으며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다"고 지난 날들을 추억했다.
김 군의 어머니 배규나 씨는 "동건아, 엄마가 고마워. 동건이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해주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어. 엄마랑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했지만,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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