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주자 탐구
대선주자 탐구-이준석②
안녕하세요. 거기 삼성전자 홍보팀이죠?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저는 서울과학고 학생회 부회장 이준석이라고 합니다. 혹시 저희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해주실 수 있을까요?
2002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이준석 학생(이하 경칭 생략)이 제안한 내용은 이랬다. 그해 치러진 부산아시안게임, 한·일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두 대회의 홍보 부스에 전시했던 컴퓨터를 서울과학고에 기증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서울과학고는 정부 지원을 받는 공립학교인데 사실 시설은 별로 안좋았어요. 특히 컴퓨터는 1997년 빌 게이츠가 방문했을 때 사주고 간 걸 5년째 쓰고 있는 상태였고 너무 오래된 컴퓨터라 못쓸 지경이었고요. 낡은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굴리다 부산아시안게임이 떠오른 거에요. 삼성전자 홍보팀에 ‘행사가 끝났으니 홍보 부스에서 쓰던 컴퓨터를 좀 보내달라’고 한 거죠.

이준석의 제안을 받은 삼성전자에선 학교로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교사들은 이준석을 불러 “왜 그런 구걸을 하고 다니냐, 우리가 거지냐”며 호되게 꾸짖었다. 하지만 며칠 뒤 서울과학고로 삼성전자의 컴퓨터가 배달됐다.
‘삼성전자 컴퓨터’ 사건은 그의 인생 향방을 바꾼다. 프로그래머를 꿈꾸던 이준석으로 하여금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자각하게 했고, 하버드의 문을 열어줬다.
이준석을 하버드에 보낸 건 김대중·노무현이었다
이준석은 당시의 여느 과학고 학생들처럼 2학년을 마치고 조기졸업한 뒤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에 입학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도 입학 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