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금관’, 젠슨 황의 ‘치맥회동’, 레빗의 ‘K-뷰티’···경주 APEC을 대표하는 장면들

2025-11-02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행사 주간을 포함해 총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일 마무리됐다. 경주는 지난해 6월20일 APEC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후 12·3 불법계엄·탄핵·대선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APEC을 준비했다.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 성공개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안전사고 없이, 무난하게 행사를 치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PEC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관계 없이 행사 기간 중 몇몇 장면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내내 회자됐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트럼프의 금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금관(복제품)을 방문기념 선물로 제공했다.

트럼프가 금관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장면은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온라인에서는 트럼프와 금관을 합성한 온갖 ‘밈’이 창작됐고, 외신은 바디 랭귀지 전문가까지 동원해 ‘트럼프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미세한 표정까지 분석해 전하기도 했다. ‘노 킹스(NO KINGS)’ 시위 열기가 뜨거운 미국에선 “꼭 왕관(금관)을 줬어야 하나”는 지적이 나오는 등 현지에서 더 화제가 됐다.

경제산업 부문에선 시총 7000조원의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의 치맥회동이 파란을 일으켰다. 그가 지난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강남 한복판에서 맥주 ‘러브샷’을 하는 장면은 파격 그 자체였다. “셋 중 내가 제일 어리다”며 너스레를 푼 정 회장의 모습이나 몰려든 시민들에게 직접 치킨을 나눠주는 이 회장의 모습은 국민들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이들 셋이 ‘골든벨’을 울리며 떠들썩하게 ‘노는’ 모습은 반도체·자동차 등 기술강국으로서 한국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황 CEO 등이 치맥파티를 벌인 강남 ‘깐부치킨’ 본점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2일 하루 임시휴점하기도 했다.

행사기간 중 각지에서 선보인 K-뷰티, K-푸드, K-팝 등은 한류 문화강국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대외적인 홍보의 장이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한국 스킨케어 발견”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국산 화장품 구매 인증샷을 올려 큰 관심을 받았다. K-뷰티존을 찾아 여러 화장품을 발라보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의 모습도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흑백요리사’로 해외에서도 유명한 에드워드 리 셰프가 총괄한 APEC 만찬 식단에는 각국 정상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라면·떡볶이·치킨 등 국민간식을 세계에 소개한 ‘K-푸드존’,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맛있게 먹었다”고 한 황남빵 등도 여러 외신에 소개되며 회자됐다. 정상회의 만찬장에 사회자로 깜짝 등장한 배우 차은우, 갓을 쓰고 공연을 선보인 지드래곤 등을 각국 정상과 영부인들이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연출됐다.

관세전쟁을 앞세운 트럼프의 미국식 일방주의와 노동·인권·환경 등 포용외교에 매번 한계를 드러내는 APEC을 향한 반대의 목소리도 분명하게 울려퍼졌다. 국내 37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국제민중행동)’은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반 트럼프 시위를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달라”며 트럼프 환영집회를 연 보수단체와 우연인지 필연인지 트럼프 방한 기간 중 열린 내란재판에 유독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묘한 여운을 남긴 장면이었다.

APEC의 성공을 기원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254명의 자원봉사자와 55명의 경북도 준비지원단 공무원들, 행사 기간 중 극심한 교통·통행 제한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24만여 경주 시민들, “잼버리처럼 되어선 안된다”며 바가지 요금 등을 자율규제하고 나선 상인들의 모습 등도 기억되고 회자될만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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