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제조업은 여전히 ‘규모’와 ‘속도’로 세계를 설득한다. 2023년 제조업 부가가치는 4163억 달러(약 591조 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내 24.31%의 비중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통계는 모두 세계은행(World Bank) 분석에 근거한다. 이 구조는 우리나라를 전형적인 ‘제조 강국’으로 인식시켰고, 이제는 다음 과제로 생산성·효율성의 차세대 도약을 요구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제조업은 글로벌 제조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기반 마련에 한창이다. 이 가운데 국내 자동화 밀집도는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012대로 전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이 지표는 최근 7년간 세계 평균을 두 배로 끌어올린 흐름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글로벌 평균 로봇 밀도가 같은 해 177대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제조 현장에 얼마나 많은 로봇이 있는지, 그리고 이 양상이 글로벌 제조업 트렌드에 실감케 하는 지점이다.
로봇 외의 자동화 도입 지표의 상승세도 분명하다. 우선 공장 연결성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5G 특화망(Private 5G) 주파수를 지난해 대폭 할당했다. 구체적으로 5G 특화망을 35개 업체의 56개 사업장에 할당해 제조 현장의 무선 기간망을 넓혔다.
수치만 보면 수가 적어 보이지만, 이는 기업이 직접 면허를 받아 공장·캠퍼스 안에 자체 사설망을 구축한 자가망만 센 최소치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이 특화망 지정이 70개 넘는 사업장·지역대로 올라왔다. 대부분이 무인운반차(AGV)·자율주행로봇(AMR) 운용, 고해상 머신비전(Machine Vision) 스트리밍, 원격 유지보수 등 고난도 현장 시나리오를 실제 운영으로 돌리는 레퍼런스로 쓰이고 있다.
자동화를 위한 인공지능(AI)도 성과 수치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AI 활용률 28%를 기준으로, 오는 2027년 50% 달성과 ‘제조 AI 전문기업 100’이라는 총 5.7조 원 패키지를 동시 추진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뒤, 지난 5월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로 확대·개편했다. 9월에는 범민관 ‘제조 AX(M.AX) 얼라이언스’를 가동해 AI 팩토리를 10개 분과 중 하나로 편입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다.
전문가들은 이 타이틀이 진짜 힘을 가지려면, 현장 데이터를 융합하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역량이 맞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들을 통해 미래 산업의 지능화된 자율 운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 것이다.
경상남도 창원은 이 전환이 가장 선명한 제조 거점 중 하나다. 지난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장비 늘리기에서 데이터·AI로 운영 고도화로 방향성을 옮겼다. LG스마트파크의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등대공장(WEF Global Lighthouse Factory) 선정, 국가 제조 AI 플랫폼 KAMP의 데이터·AI 인프라, ‘AI 자율제조 1.0’의 실행 로드맵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과제는 각종 제조 데이터를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묶어, 공정을 ‘설비 중심’에서 ‘운영 시나리오 중심’으로 재배열하는 일이다. 결국 공장 운영체제(OS)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 업그레이드가 집약돼 드러나는 무대가 바로 창원이다.
제조 공장 OS 업데이트의 현장을 가다...데이터 ‘파이프라인’이 ‘라인’을 움직이는 법

AI 제조 대전환의 터닝 포인트를 여는 ‘제9회 창원국제스마트팩토리 및 생산제조기술전(SMATOF 2025)’이 이달 29일부터 사흘간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렸다. 경상남도·창원특례시 주최, 한국산업지능화협회 등이 주관한 동남권 제조 집적지 한가운데서 ‘AI 제조’의 현재와 다음 단계를 실물로 확인하는 기업 간 거래(B2B) 무대다.
올해 전시장 규모는 9개국 100여 개 업체가 약 400개 부스를 꾸리고, 참관객 약 1만2000명이 이를 관망하기 위해 집결할 예정이다.
전시는 크게 네 축의 콘셉트로 구성됐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존은 제조실행시스템(MES)·전사적자원관리(ERP)·품질관리시스템(QMS)·고급공정제어(APC) 등 라인 최적화 소프트웨어가 등판했다. 스마트디지털 존은 AI·사물인터넷(IoT)·데이터 인프라·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자리잡았다.

스마트 로봇 존은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코봇), AMR, 머신비전, 안전 솔루션이, 스마트테크 존은 컴퓨터수치제어(CNC)·절삭가공·계측·적층제조 등 기술을 한자리에 모았다. 로봇과 장비·설비 간 연동, 비전 검사 레시피 최적화, 디지털 전환(DX) 기반 운영 효율 극대화 등 전략이 이 자리에 총망라했다.





▲전시장에는 각종 로봇 폼팩터와 융합 기술이 참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올해는 ‘창원산단의 재도약,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D.R.I.V.E.하다’를 주요 슬로건으로 배치했다. 이것은 기존(Legacy) 설비를 에지·클라우드로 연결하고, 라인 데이터를 표준화함으로써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먼저 완성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이번 SMATOF가 도모하는 변화는 정부의 제조 혁신 정책과 현장의 고도화 요구에 맞닿아 있다. ‘AI 스마트 공장 1만2000 개’ 보급 로드맵은 파일럿 단계를 넘어선 업체들을 대거 만들어낼 것이며, 창원국가산단은 60조 원대 생산 시스템을 데이터 운영형으로 고도화하려 한다.
따라서 이 전시회는 공정의 비정상 감지, 예측 품질, 자율 이송, 디지털 트윈이 통으로 이어진 운영 단위 데모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관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올해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모인다. 첫 번째로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이다. 다음은 다품종 소량의 교번 생산을 위한 셀 생산과 라인 생산을 혼합하는 레이아웃 설계다. 마지막은 공급망 변동성 속에서 원가·납기·품질(QCD)을 동시 최적화하는 운영 지표화 방안이다. 결국 '데이터 운영'을 통한 제조 지능화의 성패를 가르는 길목을 제시하는 셈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AI MY 뉴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대규모 수주로 상업화 가속](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美증시 특징주] 퀄컴 AI 가속기 칩 출시, 엔비디아와 경쟁 소식에 장중 15% 급등](https://image.mediapen.com/news/202510/news_1052600_1761592965_m.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