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를 어깨에 매달고 250m를 달려 장애물을 넘고 물속을 건넌 끝에 미국인 부부 케일럽과 저스틴 로슬러가 사상 처음으로 ‘아내 업고 달리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대표로 우승했다. CNN은 “그 대가로, 저스틴의 체중만큼의 맥주를 받았다”며 3일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남편 케일럽은 이날 CNN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람들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우와, 정말 재밌겠다’ 아니면 ‘대체 왜?’”라며 “스포츠라기엔 낯설고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삶을 공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며 웃었다.
부부의 도전은 2021년 ESPN에서 이색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본 케일럽이 “이건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시작됐다. 이후 부부는 바로 위스콘신 지역 대회에 출전했고, 2022~2024년 북미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무대까지 올랐다.
이 종목의 기원은 핀란드 손카야르비 지역의 전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강도 두목 ‘로브로 론카이넨’이 부하들을 훈련시킬 때 여성들을 납치해 어깨에 메고 도망쳤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CNN은 “물론 오늘날 아내 업고 달리기는 그런 무서운 전통과는 다르다”며 “199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누구나 누구를 업든지 상관없는 포용적 대회다. 올해부터는 여성부 전용 부문도 신설됐다”고 전했다.
부부는 지난주 열린 대회에서 ‘에스토니아식 자세’를 활용해 금메달을 땄다. 아내를 거꾸로 매달아 어깨에 얹고, 아내는 두 팔로 남편의 겨드랑이 아래로 감싸는 방식이다. 저스틴은 “내가 손으로 내 다리를 붙잡고 있으니 케일럽은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속도를 내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케일럽은 “물에 거꾸로 뛰어들어도 당황하거나 놓치지 않을 아내가 있어야 했고 저스틴은 그런 사람”이라며 “아내는 비밀병기”라고 표현했다.
부부는 공원에서 훈련을 반복하며 실전을 준비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다소 기묘한 광경이었다. 케일럽은 “산책로에서 뛰면 가끔 강아지 산책하는 분들이 코너를 돌다가 우릴 마주쳤다”며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경기 연습 중’이라고 매번 해명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올해 대회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관문은 물웅덩이 점프였다. 이전 대회에선 얕은 물을 달렸지만, 이번엔 깊은 물로 뛰어들어야 했다. 케일럽은 “생각보다 깊었다. 완전히 물에 잠기고, 숨이 턱 막혔다”며 “근데 다행히 저스틴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1분 1초 17이라는 코스 신기록을 세우며 경기를 마쳤고, 3연패에 도전하던 리투아니아의 비타우타스·네링가 커플을 3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올해는 총 18개국 참가자들이 모인 사상 최대 규모 대회였다. 케일럽은 “처음으로 미국이 세계 챔피언이 됐다”며 “이 스포츠의 작은 역사에 우리가 이름을 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CNN은 “앞으로 공원에서 산책하는 이웃은 ‘아, 세계 챔피언 연습 중이구나’라고 말할지 모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