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콘텐츠웨이브(웨이브), NHN벅스, 스포티파이 등 4개 통신판매사업자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총 10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음원, 온라인 쇼핑몰 등 구독경제 전반에서 소비자 유인·해지방해 행위가 잇따르자 제동을 건 것이다.
공정위는 15일 “쿠팡이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 동의를 유도하기 위해 기만적인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웨이브와 벅스가 중도해지 안내를 숨기거나 누락하는 등 계약 해지를 방해했으며, 스포티파이와 벅스는 청약철회 관련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쿠팡 사례다. 쿠팡은 지난해 4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면서, 기존 회원에게 앱 초기 화면 팝업을 띄워 ‘즉시 동의’ 또는 ‘나중에 하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즉시 동의’ 버튼은 크고 파란색으로 중앙 하단에 배치한 반면에 ‘나중에 하기’ 버튼은 작고 희미한 흰색으로 화면 우상단에 숨겨진 형태로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결제 단계에서도 ‘결제하기’ 대신 ‘가격 인상에 동의하고 구매하기’라는 문구를 넣어 사실상 동의 없이는 구매 불가한 구조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에 결정하고 구매하기 버튼 역시 배경색과 동일한 흰색으로 처리해 눈에 잘 띄지 않게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형태가 소비자들이 의도치 않게 인상된 가격에 동의하게 만든 기만적 행위라고 판단하고 쿠팡에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후 버튼 디자인을 수정하고, 인상 동의 철회 기능을 도입하는 등 자진 시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OTT 웨이브와 음원 플랫폼 벅스는 구독형 상품의 해지 절차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웨이브는 월정액 및 연정액 상품의 일반해지 방식만 명시하고, 해지 즉시 환불이 가능한 중도해지 방법과 효과에 대한 안내는 누락했다. 벅스 역시 고객센터 문의를 통해 중도해지가 가능했음에도, 웹 내 이용권 관리 메뉴에서는 해지 예약만 안내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행위를 소비자가 정당한 해지권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 기만적 방법으로 판단해 각각 400만원(웨이브)과 300만원(벅스)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두 업체는 이후 FAQ와 결제화면 등에 중도해지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
또 스포티파이는 청약철회 고지와 사업자 표시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사 PC 웹브라우저와 앱에서 유료 멤버십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을 판매하면서, 청약철회의 기한·행사방법·효과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지 않았고, 초기화면에도 대표자·주소·사업자등록번호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스포티파이에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최근 OTT·음원·쇼핑몰 등 구독형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동결제·자동갱신 관련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경제 관련 피해 상담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으며, 해지 불가나 약관 미고지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넷플릭스, 왓챠, 네이버플러스, 컬리멤버스 등 주요 구독서비스 사업자들의 해지 정책도 함께 검토했지만, 현행 법령상 일반해지와 중도해지 중 어느 쪽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위법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공정위는 구독경제 전반의 해지권 실태조사와 법령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앞으로도 디지털 플랫폼의 이용자 경험 설계(UI/UX) 과정에서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불리한 결정을 유도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특히 구독경제 확대 속에 계약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숨기는 방식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기만적 UI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하거나, 청약철회·해지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엄정 제재하겠다”며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