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 주도 첫 ‘AI 소비자포럼’ 만든다 [심층기획-‘AI 소비자포럼’ 출범]

2025-01-20

정부·업계·학계 등 논의에 참여

“기본법 균형 잡아줄 것” 기대감

개인정보 보호·저작권 공정 이용… ‘사회적 합의’ 이끈다

2월 7일 발대식

‘AI 기본법’ 2026년 1월 시행 앞두고

업계선 “개발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

생성형AI 과잉규제 개발 위축” 우려

“민간 목소리, 하위법령에 직접 반영”

글로벌 빅테크·네이버·소비자연맹 등

AI 생성서 소비까지… 모든 주체 참여

챗GPT 등 영어권 자료 바탕 ‘편향적’

한국인 맞춤 데이터 축적도 집중 논의

민간 주도의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활용 관련 논의체인 ‘AI 소비자포럼’이 다음달 초 출범한다. 포럼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와 AI 이용 주체인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 정부 고위직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한 AI 관련 기본법은 정부 주도로 마련된 가운데, 업계에선 민간이 주축이 된 이번 논의체가 기본법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I 소비자포럼은 2월7일 발대식을 열고 국내 AI 발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과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AI 소비자포럼은 AI 생성부터 소비까지 연관된 모든 주체를 아우르는 게 특징이다. 정부, 업계, 학계, 시민사회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논의에 참여하게끔 구성된 것이다.

우선 업계에선 AWS, 메타, 구글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AI를 선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의료 AI 스타트업 프리딕티브AI의 담당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소비자 측에선 한국소비자연맹과 진보네트워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참석하고, AI 관련 협회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AIIA),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수장도 동참한다.

정부·공공 부문에선 AI 관련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장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전문가가, 학계에선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등 AI 연구 실적 상위 대학교수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I ‘사회적 합의’ 필수인데 이제 논의 시작

AI 소비자포럼 출범이 주목받는 배경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자리한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이달 안에 공포돼 1년 뒤인 2026년 1월 시행된다.

최근 정부는 AI 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의 활동 개시로 고영향 AI의 구체적 정의와 사업자 책무, 생성형 AI 모델 등에 대한 해외 입법 동향, AI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시행령으로 세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균형’이다. 업계는 AI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법의 시급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면서도, 관련 논의가 정부 중심 또는 특정 소수 전문가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위법령 정비단에도 산업계,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과기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이 같은 지적을 불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AI 기본법에 대해 “개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위험 분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공론화 없이 법을 만들면서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 부분이 많다. 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특히 생성형 AI 모델은 확률론 기반인 만큼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 발생은 필연적인데, 이를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과잉 입법으로 자유로운 개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공동의장은 AI 소비자포럼의 역할을 ‘사회적 합의’로 규정했다. 그는 “AI 기본법 제정이 끝이 아니다. 이제서야 논의가 시작됐을 뿐”이라며 “AI 기본법은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해놨다. 하위법령이 AI 기본법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포럼에 정부·공공 부문 책임자를 위원으로 참여시키면서 민간의 목소리를 하위법령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AI 기본법만으론 안 돼” 보완책 마련 시급

AI 기본법과 연계된 법의 재정비도 시급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이다. AI 학습에 수많은 개인정보와 저작물이 투입되고 있지만 업계와 소비자 모두 정보 활용이 허용되는 선을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의 경우 공개된 개인정보 활용의 적법성 여부가 논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공개된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해당 정보 활용을 위해선 정보 주체로부터 명시적인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정보 활용이 ‘정당한 이익’에 해당할 경우 예외적으로 사전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AI의 공개된 개인정보 활용이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대한 많은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는 기업과 자신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 사이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현실화했다. 최근 지상파 3사(KBS·MBC·SBS)는 네이버가 방송사 기사를 무단으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학습금지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 3사는 이를 “신기술인 생성형 AI의 법적, 윤리적 기준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온라인에 공개된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데이터의 수집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 이용’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커진 이유다.

AI 소비자포럼이 민간 중심의 논의체인 만큼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 축적 지원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본법엔 학습용 데이터 관련 시책이 규정됐지만, 국가 차원에서 어떤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챗GPT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거대언어모델(LLM)은 영어권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져도 답변이 영어권에 편향되거나 불충분하다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이 같은 편향성은 치명적이다.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AI는 개별 학생의 역량을 증폭하고 전 국민의 평생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서 구축된 LLM과 교육 플랫폼이 국내 주류로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 교육 주권이 다른 나라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AI가 모든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지만, AI 기본법만으론 각 분야를 충분히 규제하거나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소비자포럼에선 국방부터 노동, 교육까지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AI 활용 현실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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