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인프라 우수하지만 규제 미비·인재 부족”

2024-09-23

‘글로벌 AI 인덱스’ 83개국 분석

韓, 2023년과 같은 종합 6위 불구

운영환경, 11위서 35위로 급락

인재도 한 계단 낮아진 13위에

韓 규제·사회적 신뢰 취약 평가

기업들 “2023년 인력 8570명 부족”

AI 연구자 수도 2만여명 불과

中 41만명 印 19만명 美 12만명

佛·印 정부 대대적 지원 힘입어

순위 각각 5위·10위로 껑충 뛰어

“韓 적극 대응 않으면 위험” 지적

한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관련 규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AI G3(글로벌 3대 AI 강국)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가 간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영국 데이터분석 기관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전 세계 8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해 최근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7점으로 종합 순위 6위에 올랐다.

글로벌 AI 인덱스는 △인재(Talent) △인프라(Infrastructure) △운영 환경(Operating Environment) △연구(Research) △개발(Development) △정부정책(Government Strategy) △상업화(Commercial) 등을 평가한 것으로, 올해 5번째 발표되는 것이다. 1, 2위는 수년째 미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해당 인덱스에서 2020년 8위, 2021년과 2022년 7위, 지난해와 올해 6위로 순위가 점차 상승하고는 있다. 그러나 항목별로 한국은 운영 환경과 인재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운영 환경 항목에서 한국은 35위에 그쳤다. 지난해 11위였으나 순위가 크게 낮아졌다. 운영 환경은 AI와 데이터 규제 상황과 AI에 대한 사회적 신뢰·여론 등을 평가한다.

AI 등장 이후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저작권 침해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면서 각국이 대응에 나선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AI법을 통과시켰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말 AI 안전평가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AI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한국은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AI기본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인재 분야는 12위에서 13위로 한 계단 낮아졌다. AI 기술 관련 숙련된 인력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항목인데, 한국의 AI 인력 부족이 문제로 지목된다.

◆美·EU 가짜뉴스·딥페이크 대응 속도… 韓 AI기본법도 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2023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AI 관련 사업을 하는 2354개 기업이 답한 지난해 AI 부족 인력은 8570명이었다. 2022년 실태조사 당시 7841명이던 것이 더 늘어났다.

기업들은 주관식 문항을 통해 인력 문제와 관련해 “실무에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 채용이 어렵고 AI 개발자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 비즈니스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인력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AI 관련 논문 등 업적을 보는 연구 항목도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3위로 떨어졌다. AI 연구자 수와 논문 발간 모두 취약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인력 실태조사 결과 국내 AI 연구자 수는 2만1000여명, 이들이 최근 6년간 작성한 AI 논문 수는 1만4000여건이었다. 중국 41만명·22만건, 인도 19만5000명·11만7000건, 미국 12만명·8만8000건과 비교하면 ‘소박’한 수준이다.

한국은 새로운 AI 모델 개발과 다른 분야에서의 AI 적용에 초점을 맞춘 ‘개발’ 항목(3위)과 AI에 관한 국가 지출과 전략에 관한 ‘정부정책’(4위), 첨단 컴퓨팅 환경과 반도체 제조 규모 등 ‘인프라’(6위)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AI 관련 스타트업 활동과 민간 투자 등 산업 생태계를 평가하는 상업화 항목도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12위로 상승했다.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AI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각국이 AI 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AI 인덱스 순위는 수시로 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4위였던 캐나다는 8위로, 이스라엘은 5위에서 9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한국도 지난해에 이어 연속 6위라지만 40.3점에서 27점으로 종합평가가 대폭 하락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한국보다 낮은 13위였으나 올해 5위로 급등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AI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전략을 세우고 AI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2018년 이후 누적 AI 정부 지출은 72억유로(약 10조원)에 이른다.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 AI는 기업가치가 1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인도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인도는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10위에 들었다. 인도 정부는 AI 기업 육성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 비정부 무역협회인 나스콤 자료를 보면 인도 AI 인력은 41만6000명으로 미국(67만6000명)에 이어 두 번째다. 인도 정부는 AI 스타트업 지원 등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AI 프로젝트에 1030억루피(약 1조6500억원)를 투자한다.

산업계·학계 등에서는 무엇보다 AI 산업 진흥과 최소한의 규제를 담은 AI기본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국가 AI 규범이 정립돼야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재 확보도 지속해야 하는 과제다.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AI 경쟁력의 핵심은 곧 인재”라며 “범정부 차원의 AI 인력 양성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초·중·고 AI 기초교육을 강화하며 글로벌 AI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 AI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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