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맘때 애들은 까마귀 소리를 내면서 논다. 아주 얕은 물에만 들어가도 금세 신난다. 바닥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에 온몸을 부딪치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표정에서 보인다.
적당히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배경과는 다른 주파수다. 찰박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현실 감각이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은 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여름이 물보라처럼 순식간에 덮쳐오고, 땀이 삐질 나오게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실컷 물놀이를 마치고 젖은 신발이 벽에 기대 서 있다. 딸기가 잔뜩 그려진 분홍색 신발이 화사하다. 저 조그만 신발 덕분에 사진 전체가 알록달록해 보인다. “참 재밌었다”로 마무리하는 여름방학 일기처럼, 풍경을 특별하게 만드는 하나의 짧은 순간처럼.
보통은 비슷하고 무료하기도 한 여름이겠지만 어떤 알록달록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할 테다. 올해 장마는 너무 덥고 습하고 게다가 길 것이라는 예보에 겁을 먹긴 했어도 저 귀여운 신발 같은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