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반도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 가격을 인상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장비 가격을 올리는 건 매우 드문 경우로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반도체는 국내 고객사에 4월 1일 자로 HBM 제조용 '열압착(TC) 본더' 가격을 25% 인상한다고 전달했다.
회사가 TC 본더 가격을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가격 조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반도체 TC 본더를 사용 중인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다.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곳은 SK하이닉스로 보인다.
TC 본더는 HBM 제조 필수 장비 중 하나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끌어올린 AI용 메모리로, TC 본더는 D램을 수직 접합할 때 사용된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SK하이닉스에 처음 TC본더를 공급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다. 대부분 제품이 한미반도체 TC본더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HBM 중 가장 최신인 HBM3E 12단의 경우 90% 이상이 한미 TC 본더를 통해 양산 중일 정도다.
한미반도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부품 등 원가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 경쟁력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TC 본더 시장은 기존 한미반도체 '독주'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ASMPT와 한화세미텍 등 장비사들이 HBM 시장 성장에 따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해 “가격 정책을 비롯한 고객사와의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