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하루에만 6개 일정 소화하며 광폭 행보
'한국형 구급차'부터 '미술인 권리회복' 까지
세미나 주제도, 만나는 의원들도 '각양각색'
'윤한갈등 봉합 후 당내 접점 늘리기' 시각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하루에만 6개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광폭 행보에 나섰다. 전부 여의도 내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대표 취임 이후 이처럼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 게 사실상 처음이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이번 행보가 윤-한(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유죄 판결 이후 민생에 집중하겠단 시그널을 낸 직후에 나타난 것을 두고 의미가 있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19일 하루에만 당내 의원들이 개최한 토론회·세미나 등을 포함해 6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원내대책회의가 열리는 화요일엔 주로 통상 일정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꽤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첫번째 일정은 인요한 의원이 주최한 '한국형 구급차 2.0 국회전시회' 였다. 30여년 전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한 인 의원이 현재 구급차는 간이침대가 운전자석 바로 뒤에 붙어 응급환자의 기도확보와 심폐소생 등 응급처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수렴해 응급처치 공간을 갖춘 새 한국형 구급차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한 대표도 이 전시회에 참석해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디테일 면에서도 환자의 안전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고려되는지가 결국 그 나라가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며 "(인 의원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인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구급차 수준과 질, 편의성을 높이는 길에 국민의힘이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인 의원의 전시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미가 따라붙었다. 하나는 한 대표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여야의정 협의체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진심을 재차 보여줬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 의원의 행사에 일종의 품앗이를 나선 것 자체가 당내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후 한 대표는 1시간 터울로 진행된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뒤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 오후 1시 30분에 박성훈 의원이 주최한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축사에서 "해양쓰레기는 바닷물을 비롯한 각종 해양자원의 오염으로 이어지고 수산물을 소비하는 다수 국민의 건강 또한 위협할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산물의 오염은 우리 어촌의 정주여건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어촌 경제생태계의 건전성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 전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과 나란히 앉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토론회 이후 한 대표의 발걸음은 30분 뒤에 열리는 김대식·박정하 의원이 공동주최한 '미술인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로 옮겨졌다. 한 대표는 이 세미나에서도 "우리나라가 점점 더 잘 살아지고 있는 만큼 정서를 많이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치가 어느 정도 제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세미나 직후 한 대표는 박상웅 의원이 주최한 '세계역사 주도 초일류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강연에 참석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 강연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 위대한 나라를 여러분들이 만드셨다"며 "다만 오늘의 이 강연은 이 위대한 나라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길을 같이 가자는 뜻으로 이해한다. 여러분과 함께 조언의 말씀을 들으면서 위대한 나라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길을 한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한 대표의 발언은 국회본관에서 여의도연구원이 개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방안'에서 나왔다.
한 대표는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트럼피즘 무대는 많이 익숙하다. 불확실한 게 확실하지 않느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며 "우리 안보를 지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연성 있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핵 농축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원자력 협정 개정을 포함해서 충분히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표가 이와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게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선 한 대표의 이날 행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고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윤한 갈등이 봉합 국면을 맞으면서 당내 의원들과의 접점 확대를 통해 화합을 이뤄내기 위한 움직임이고, 또 하나는 민심 중심의 정책 기조에 신경쓰고 있단 걸 다수의 행보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한 대표는 지난 15일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민생 현안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표 선고가 '반짝' 반사이익에 그치는 것을 경계하고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한 대표가 직접 다양한 민생 현안과 사회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직접 돌면서 얘기를 들으러 다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 대표가 이날 참석한 세미나와 토론회의 주제들이 △구급차 전시회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 △대한민국 국가 발전 강연 △미술인 권리회복 △트럼프 2기 정부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의원이 세미나나 토론회를 하면 당직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의원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참석 요청을 하는데 당대표가 직접 참석하면 그 주목도 자체가 달라진다"며 "여의도에서 의미없는 일정 행보는 없다. 한 대표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회관에서 보낸 것은 의원들과 많이 만날 수 있고 얘기 나눌수 있어서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