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과서는 의사들의 진료에 있어 바이블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배웠던 교과서대로 진료를 하지 못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진료하고 있는 현실이다. 의사들은 심평원의 이러한 고시기준을 소위 심평의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심평의학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삭감을 받게 된다. 삭감은 의사의 진료위축과 병의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의료기관의 진료행위에 대한 평가와 심사를 수행한다.그러나 심평원의 과도한 간섭은 의사들의 진료를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의사들 입장에서 불합리하고 개선되어야 할 심평원 심사 기준을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요통으로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같이 받는 환자가 있으면, 주사제 치료는 한달에 3번만 인정이 된다.4번째부터 주사제는 삭감이다. 주사를 주고도 그 비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심한 관절통으로 한 달에 10번 이상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가 오면, 10회가 넘는 물리치료 중 전기치료는 삭감이다.통증이 심하여 물리치료 자주 오는 환자를 치료하면, 의사는 손해를 본다.
혈액검사에 트로포닌아이라는 검사가 있다. 심근의 손상을 의미하는 검사이고, 심근경색의 진단에 중요하다.필자는 이 검사로 2명의 환자를 살린 경험이 있다. 한 명은 소주 먹고 위가 아파서 그냥 위장약을 타러왔던 50대 남자이고,다른 한 명은 음식먹고 채했는지 구토하고 어지럽다고 해서 내원한 60대 남자이다.검사하니 트로포닌아이 수치가 높았다. 환자들은 상급병원으로 전원했고,관상동맥중재술을 받고 위중한 상황을 해결했다. 트로포닌아이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두 환자 모두 위장약이나 계속 복용하고 심근경색으로 사망 할 수도 있었다.
심평원은 이제는 이런 검사를 개원의들이 하지 말라고 권한다.이런 검사를 많이 내는 의원은 경고를 받는다.경고가 반복되는 의원은 심평원에서 방문 조사를 받게 된다.
심평의학의 착각은 중증환자는 꼭 큰병원으로만 가는 것으로 아는데, 많은 환자들이 1차의료기관을 먼저 방문하고 있다. 심근경색은 애매한 복부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놓칠수 있고, 이런 검사의 제한은 의사의 진료역량을 제한하고, 나쁜 결과로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심평의학의 화룡점정은 올해 선별집중심사 대상항목에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사다종(15종 이상) 항목을 추가하였다는 것이다.
환자가 내원시 혈액검사와 필요한 검사를 15종 미만으로 제한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검사를 기피하면 오진 및 치료 지연으로 이어진다.
15종 검사제한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됐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검사 기준의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 과정이 부족했다.
심평의학의 흐름이나 기준은 명확하다.지출을 줄이고,진료비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물론 줄일 것은 줄이면 좋지만, 돈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문가와 협의 없는 무리한 의대정원 정책으로 지난해 최소 3.3조가 넘는 혈세가 낭비 되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의사들이 치료도 못 하고, 검사도 못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소극적이고 제한된 의료행위로 인한피해는 환자들의 몫이 된다.
현 의료시스템에 있어서 심평원도 분명히 필요한 기관이고 그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는,국민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유연한 기준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항상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협의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적대 단체가 아니다. 서로 상생의 관계이다.
의사와 환자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펼칠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