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곧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이뤄지던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한 달 앞당기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적 쇄신을 단행해 곧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발(發) 정책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인사는 막바지 조율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20일 인사를 했는데 올해는 약 한 달 앞서 인사가 실시되는 것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252명을 승진 시켰다.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252명이 승진했다. 이 가운데 새로 선임된 임원만 197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인사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위기 대응을 위해 큰 폭의 임원 승진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지난달 현대차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부 혁신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맞춰 이번 인사에서는 실적이나 사업 관리가 부족한 계열사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한 달 여간 파업으로 현대차, 기아차의 생산 차질을 빚은 현대트랜시스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수장 교체가 유력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업사태를 겪은 현대트랜시스의 여수동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백철승 사업 추진 담당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후임으로는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이, 현대엔지니어링은 홍현성 대표 자리는 기아에서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는 주우정 부사장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임원 인사를 앞당기는 주요 배경에는 내년 2월 들어설 제2기 트럼프행정부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의 보편관세를 예고하고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산 물량(91만 617대) 중 19.5%(17만 8100대)를 미국으로 수출했고 기아도 생산량(81만 5888대)의 21.7%(17만 7500대)를 미국으로 보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보편 관세를 모두 비용 처리할 경우 영업손실이 각각 2조 7000억 원, 1조 8000억 원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8%, 기아는 15%가 관세로 증발하는 셈이다.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