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 기자 delo4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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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회가 ‘12.3 비상계엄과 국민 대통합’을 주제로 한 주점을 열겠다고 한 후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지난 20일 SNS(소셜미디어)에 ‘계엄, 때렸수다’라는 이름의 학교 축제 주점 홍보물을 게재했다.
공개된 해당 주점의 메뉴로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등이 있다. 특히,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메뉴의 설명란에는 ‘맛없는 안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이드 메뉴에는 ‘조국혁신라면’과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이 있다. 먼저 ‘조국혁신라면’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진과 함께 “옥중 낋임(끓임)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조 전 대표는 딸 조민 씨의 입시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외에도, 학생회 측이 전한 메뉴에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진이 실린 ‘좌파게티 우파김치’,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초대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대접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계엄말이’ 등이 있다.
이와 관련, 학생회 측은 “여기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3025년 대한민국, 6시간 끝에 계엄은 사상자 없이 종료됐지만 사회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졌다. 협치 거부, 입법 폭주, 극심해지는 양극화까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다”라고 전했다.
또 “오늘 밤, 주점에서 세상을 구하고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홍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계엄이 장난이냐” “조심히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학생회 측은 "사용된 컨셉과 관련하여 일부 학우 및 시민 여러분께 불편함과 오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을 다루는 데 있어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더불어 “풍자를 선택한 이유도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쉬쉬하지 않고 드러내어 공론장의 주제로 삼는 것이 정치학도로서 사회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어렵지만 진정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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