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강달러에 '희비교차'···커지는 빈부격차 우려

2025-01-08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 트럼프의 더 강력해진 '아메라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맞춰 글로벌 산업계도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또한 트럼프 공약에 맞춰 대미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트럼트 2기 시대를 앞두고 약가 인하·대중국 필수 수입품 금지 등에 따른 기대감과 강력한 관세정책, 공보험 분야 축소 등의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실과 과제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강달러, 고환율이 지속되며 국내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제약 수출 비중이 큰 극소수의 기업들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지만 원료를 수입하고 글로벌 임상을 추진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투자 및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해외 출장도 전면 백지화 하거나 필수 인력만 보내는 등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1년 만에 160원↑, 임상비 증가 여파 계속될 수도

8일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달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작년 이맘때 원·달러 환율은 약 1290원에서 131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는데, 1년 만에 160원 이상 뛴 것이다.

달러 강세는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미국 등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임상 추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장기간 지속된 경제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바이오기업들에겐 나가는 돈만 늘어난 셈이어서 임상 진행을 위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장비를 팔아버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등 다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해마다 글로벌 임상시험 수행 관련 100억원 이상의 규모를 R&D에 투자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경우 작년 대비 최소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이 금액은 엄청나게 큰데, 실제 추가 비용 집행이 현실화될 경우 새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 바이오텍 재무회계 실무자는 "환율 변동 추이를 매일매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연구개발, 임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 몇 원 차이라고 해도 달러 결제에 따른 지출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위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강스템바이오텍도 "수출입 품목 많지 않아 환율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고환율이 지속돼 한국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올 경우 거시경제의 영향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비용 문제는 비단 바이오텍만의 일이 아니다. 탄탄한 매출을 내는 중견제약사들도 해외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기대고 있고, 원부자재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보통 CRO나 원부자재 한번에 3~5년치를 계약한다. 이때 예상 환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환율이 갑자기 올라간다고 해서 그에 맞춰 계약하진 않는다"며 "1년 단위로 계약하거나 신규 계약하는 시즌이 아니라면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임상 진입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에 세팅돼 있던 임상은 진행에 필요한 부분들을 통으로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큰 변동 없이 진행이 가능하지만, 신규 임상은 대상 환자가 많을수록 지급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어 규모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다만 그는 달러 강세 추이가 계속될 경우 계약 단위 자체가 높아져서 여파가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가격 부담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한 번 올라간 단위는 환율이 낮아지더라도 내려가지 않는다. 그 안에 인건비, 사용료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더 추가해주긴 해도 폭을 줄이진 않는다"며 "고점 상태로 갱신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JPM 등 해외출장도 부담···대기업은 여파 없어

달러 부담은 투자 및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나선 해외 출장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오는 13일~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투자 컨퍼런스인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가 열리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필수 인력만 참석하거나 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어렵게 미팅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JPM은 매년 500여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가하고 약 1만명의 투자자, 업계 관계자가 모이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매출 확보 기회를 위해선 참가가 불가피한데,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 참가 예정인 기업으로는 브릿지바이오, 온코닉테라퓨틱스, 에스티큐브, 강스템바이오텍, 아리바이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파로스아이바이오, 네오이뮨텍, 셀트리온, 이엔셀,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있다.

앞선 바이오텍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시장환경에서 어렵사리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고환율 우려에 대비해 올해 예산 편성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도 "JPM 출장 준비와 관련해, 핵심 인원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일정을 현지에서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사전에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행사에 참가하는 계열사 임원 수가 작년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기업들은 수입보다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 오히려 환차익 수혜를 보고 있다. 이에 해외 출장 부담도 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JPM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핵심 무대인 그랜드 볼룸에서 메인 트랙 발표를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는 존림 사장이 직접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고, 셀트리온도 서정진 회장과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직접 신약개발 경쟁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 CDMO기업 관계자는 "CDMO산업은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고객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수입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원재료 매입 관련 가격 변동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글로벌 수주가 많지 않거나 설비 등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기업들은 해외 출장 등도 부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 또한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배지 등 원재료, 소모품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원재료 및 소모품에 약 1000억원을 썼지만, 누적 매출액이 1조1403억원에 달해 전년 연간 매출(1조203억 원)을 초과했고 영업이익도 3631억원을 기록해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

회사측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일부 상승했지만 나가는 금액보다 매출을 통해 확보한 수입이 더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며 "또 원·부자재 공급 업체와의 긴밀히 협력, 신규업체 추가 발굴 등을 통해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총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도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무역 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금리 상승의 압력으로 상당 기간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이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기반으로 실적을 형성하고 있는 셀트리온에게도 일정 기간 동안 긍정적 영업 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레진, 배지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에 필요한 핵심 바이오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현재 이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이끌고 있다. 정부가 국산 소부장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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