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외교 성과의 핵심은 경제협력… 美와 동맹이 中 겨냥 수단 되면 안 돼” [심층기획-‘외교정책 방향’ 美·中·日 전문가 제언]

2025-06-08

잔더빈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시간문제

기술력 경쟁도 수평적 분업 전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국제관계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초강대국 미국,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실리를 추구하는 관계설정을 고민해야 한다.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일본과의 외교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이런 과제를 다루는 데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구체적인 정책 등은 무엇인지 각국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모두 한·미동맹을 한국 외교의 초석으로 여겨 왔지만, 과거 한·중관계가 크게 발전했던 시기도 있어 한·미동맹 자체가 한·중관계 발전의 장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잔더빈(詹德斌·사진)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한반도연구센터 주임)는 6일 세계일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재명정부에서 한·중관계가 충분히 개선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 우선’ 외교 노선을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봤다.

잔 교수는 “이 대통령은 한국의 전통적인 ‘자주 외교’ 노선을 회복하고,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은 옮길 수 없는 이웃이고 한국의 중요한 경제·통상 파트너이며,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잔 교수는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식 국빈 방문이 성사되려면 양국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미 있는 외교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며, 핵심은 경제협력”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한국이 한·미동맹을 외교의 초석으로 삼는 것은 문제없다”면서도 “다만 그것이 중국을 겨냥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잔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가담하면서 동시에 한·중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것은 균형외교라고 보기 어렵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확대 논의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중국은 한국이 어떤 다자협력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 협력이 만약 폐쇄적이고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한국 역시 이에 따른 손익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잔 교수는 한·중 간 경제협력과 첨단기술 분야 경쟁을 두고는 “양국 기술 분업은 수직적 분업이 아니라 수평적 분업으로 전환됐고, 일부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산업 내 분업을 통해 상호 보완적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방중에서 차량 전장 분야 협력이 논의된 것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도 짚었다. 잔 교수는 이재명정부가 대화, 협력 기조로 선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 정책 변화, 미·북 구조적 적대, 한국 내 정치 양극화 등 복합적인 제약 속에서 성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초기 접촉이 실패하면 내부 분열이 심화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잔 교수는 최근 악화한 한·중 국민 정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강조하며 “‘중국의 선거 개입’ 같은 근거 없는 반중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이런 조작은 중국에도 빠르게 전달되고, 결국 한국의 이미지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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