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제안이 와도 안 할 것 같다. 감독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야구인생 1막을 마치는 ‘추추 트레인’ 추신수(42)가 ‘감독 추신수’에 대해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준비 되어 있는 상황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장 제안이 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보단 한국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빛나는 24년간의 프로 커리어를 끝낸 추신수의 은퇴 기자회견이 11월 7일 인천광역시 송도 경원재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SSG의 팀 동료 김광현과 최정, 구단 임직원들이 함께 한 이날 자리에는 100여 명 이상의 미디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추신수의 등번호 17번과 국가대표팀을 비롯한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의 유니폼 조형물이 공개됐다. 또 추신수가 직접 뽑은 커리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인 ‘Legendary Moments TOP5’가 공개되기도 했다.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를 수술 한 채로 나타난 추신수는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해 마이크를 잡은 추신수는 “안녕하세요. 야구 선수에서 이제 일반인으로 변신하는 전 야구선수 추신수입니다. 팬들은 여기 이 자리에 오시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뛸 때부터 밤낮으로 잠을 설치면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경기를 봐주셨던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기대치에 미치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한국야구를 배우고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기념비적인 프로 커리어였다. 추신수는 2001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16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기록도 세 차례나 달성했다.
2014년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는 당시 기준 아시아 선수 최고액 계약이었고, 역대 한국 선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그 이후 추신수의 뒤를 이어 2024년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1억 달러의 벽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치로 스즈키(은퇴) 외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라는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의 대표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한계를 부쉈다. 허슬플레이의 대명사와 같았던 추신수의 플레이에 매료된 메이저리그 팬들은 ‘추추 트레인’이라는 애칭으로 그를 사랑했다.
추추 트레인의 질주는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SSG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 한 이후 첫 번째 영입 선수로 2021년 SSG에 합류했다. SK가 2007 해외진출 특별지명 선수로 추신수를 지명한 이후 극적인 한국행이 성사됐다. KBO리그로 복귀한 이후 4시즌 동안 439경기서 추신수는 통산 타율 0.263/396안타/54홈런/266득점/205타점/51도루/출루율 0.388/장타율 0.424/OPS 0.812를 기록했다.
특히 추신수는 SSG에 합류한 이듬해인 2022년 역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견인하며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경험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도합 2814경기에 나섰고, 무려 24년간 쉼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간 끝에 올 시즌을 끝으로 긴 야구 인생의 여정 1막을 마쳤다.
야구 인생 2막을 앞두고 ‘제2의 야구인생, 지도자로서의 계획’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추신수는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도 말씀드렸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던 것 같다. 항상 그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단 그 자리에서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자리에 가서 내가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뭔가를 한다고 하는 게 이를 것 같다. 휴식기를 갖고 천천히 생각해볼 것 같다”며 지도자 인생 등으로의 제 2막 시작에 대해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했다.
한국 복귀 이후 ‘추신수 감독설’을 비롯한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나아가 ‘감독 추신수를 상상해 본 적은 없나’라는 보다 더 직접적인 질문에 추신수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질문을 받은 추신수는 “(웃으며)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은 이후 “어떻게 보면 많은 짐을 갖고 있는 자리인 것 같다. 항상 평가를 받아야 하고 쉬운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감독에 대해 평소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추신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제안이 와도 안 할 것 같다. (만약) 제안이 와도 내가 충분히 준비가 됐을 때, 열정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고 강조한 이후 “그렇기에 지금은 쉬면서 정말 ‘내가 한국 야구를 위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KBO리그에서 4년간 경험하면서 야구 경기 외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한국야구에서 4년을 뛰면서 보고 느낀 것이 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더 선진야구를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편한 환경에서 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한 이후 “선수와 감독은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로 뛰었지만 감독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거나 준비를 해 본적은 없는 것 같다”며 ‘감독 추신수’의 가능성에 대해서 일단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송도(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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