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예금자보호 1억 상향…머니무브 현실화되나

2025-05-08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월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5000만원으로 묶인 예금자보호법을 9월부터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약 24년만의 상향조정으로 안정지향형 금융소비자들이 여유자금을 은행 금고에 묵혀둘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법적 보호한도가 상향조정됨에 따라 예금보험료도 인상될 수 있는 만큼, 기대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9월1일 개정된 예금자보호법 시행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연말·연초는 자금 이동이 있을 수 있어 피해야 하고, 입법예고나 금융회사의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하반기 중반 정도에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금자보호법에 적용받지 않는 상호금융업권도 새마을금고법·농협협동조합법·신용협동조합법 개정으로 예금자보호 한도를 동일하게 상향할 계획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고객이 맡긴 돈을 정부나 위탁기관이 보장해 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걷어 적립하며, 금융사가 예금지급불가능 상태에 놓이면 고객에게 대신 예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 2001년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낮다. 실제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 보호 한도는 1.2배에 불과해 △미국 3.1배 △영국 2.2배 △일본 2.1배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이에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될 경우 안정지향형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은행·2금융권에 예치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으로 여윳자금이 대거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1금융권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바닥을 향하는 까닭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2개월 단리 기준)는 연 2.40~2.65%에 불과하다. 동일 상품의 한 달 전 평균금리 연 2.78~2.94%에 견주면 금리 상·하단 모두 최대 0.30%p 이상 하락한 셈이다.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본금리만 놓고 볼 경우 최저 연 2.15%까지 하락했다.

반면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권 금리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저축은행중앙회 상품공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12개월 기준) 금리는 연 2.60~3.20%를 기록 중이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보험요율 인상은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금리하락기 속 보험료 인상을 빌미로 은행·2금융권이 이자혜택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는 국회에 예보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했는데,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예보료율을 현행 수준 대비 최대 27.3%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권별 예금자보험 요율은 은행 0.08%, 증권·보험 0.15%, 상호금융 0.20%, 저축은행 0.40% 등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된 지 24년이나 흐른 만큼, 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최근 예적금금리가 바닥을 향하는 가운데 보호한도 상향으로 금융사 분담금이 확대되면 오히려 금리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실제 머니무브가 일어날 지는 미지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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