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일 소설 '매일 죽는 사람', 도시 소시민의 절망 다뤄
반복되는 죽음 속 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파헤쳐
영화 '매일 죽는 남자'속 주인공도 '미키17'과 닮은꼴
[서울=뉴스핌]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잘 죽고, 내일 만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매일 죽는 익스펜더블(소모품)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미키는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린다. 그들에게서 도망친 미키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이 된다. 영화는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더러워도 죽을 수밖에 없는 '미래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봉준호가 가져온 이 영화의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다. 원작 소설은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의 식민지화를 목표로 하는 인간 탐험대의 소모품 직원 '미키 반스'의 이야기다. 인간 탐험대의 대원들은 위험한 일에는 미키를 앞세운다. 원작에서도 '미키7'이 죽은 것으로 여겨진 상황에서 '미키8'이 만들어진다. 봉준호의 영화가 '미키17'이 된 것은 원작보다 훨씬 많이 죽기 때문이다.
소설 '미키7'이나 영화 '미키17'과 연결 고리는 없지만 국내 소설에도 '매일 죽는' 삶을 그린 작품이 있다. 1970년 소설가 조해일의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매일 죽는 사람'이 그것이다. '일요일인데도 그는 죽으러 나가려고 구두끈을 매고 있었다'는 신박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엑스트라가 주인공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매일 영화 촬영장에 가서 죽는 역할을 맡는다. 그에게 자기만의 삶이 있을 수 없다. 그의 인생이지만, 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영화 촬영장에서도 감독의 명령에 따라 죽을 뿐이다. 작가는 약육강식의 도시 현실을 그리면서 소시민의 절망적인 삶을 조명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와 비슷한 제목의 영화도 있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매일 죽는 남자'가 그것이다. 1980년 이원세 감독이 만든 미스터리 영화다. 강변도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죽음을 추적하는 형사의 눈을 통해 그 당시 한국 사회의 병폐를 고발했다. 신성일, 유지인, 박근형, 신영일, 김추련 등이 출연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들 콘텐츠의 공통점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애환이다. 또 하나는 매일 죽으러 나가도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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