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풍선·응원봉 들고 환호…500여명 몰리며 위험한 장면 연출도
"김문수 없는 곳에서 시너지내겠다…선대위 합류 중요치 않아"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21대 대통령선거를 2주 남겨두고 부산 광안리에서 첫 유세에 나서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 사격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한동훈 전 대표는 “이재명의 위험한 세상을 막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면서도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단독 유세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첫 유세에 이날 현장에서는 ‘한동훈 정치를 응원합니다’라고 쓰인 손팻말과 ‘시대교체’라고 적힌 응원봉, 빨강풍선 등을 손에 들고 "한동훈"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혼란을 빚었다. 150미터 거리를 지나는데 20분이 걸리고 지지자가 넘어질 뻔하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김 후보를 연호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한 전 대표가 입은 빨간 선거 운동복에도 김 후보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 2번만 적혀 있어 마치 한 전 대표의 유세현장으로 보이기도 했다.
500여명의 지지자들은 한동훈이 지나는 동안 계속해서 "한동훈"을 외쳤으며 한 전 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환호와 박수로 그를 맞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부산 광안리 남천해변공원에서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지금 저는 김 후보와 생각이 다른 점이 많고 본질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은 나라가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유세를 시작했다.
이어 "이재명이 가져올 위험한 나라를 막아야 한다"며 "당 대표로서 지난 계엄과 탄핵을 반성한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 당도 결국 제가 바라는 방법으로 탄핵과 계엄의 바다를 건너게 될텐데 그걸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 하고 ‘노쇼경제학’ ‘노쇼성장론’ ‘노주성’(노쇼주도성장)으로 무식하게 나라를 망치는 세력에게 대한민국을 넘겨줄 수 없다"며 "저 위험한 세력이 나라를 망치는 걸 저와 함께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우리당에 동조할 수 없어 거리로 나오려 하지 않았으나 나라를 망하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며 “백마를 타고 오는 선구자 같은 사람을 기대하신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고 여러분이 그 사람이다. 우리가 당을 바로잡고 나라를 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선대위 합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물음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재명의 노주성, 사법쿠데타를 막기 위해 뛰고 있다. 국민 설득을 위해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도 노력하고 있고 이렇게 지금 현장에서 시민을 만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와 만나거나 같이 유세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김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는데 큰 생각의 차이가 있다”며 “여러 차례 몇 가지 바꿔야한다 말씀드렸으나 바뀌지 않는다고 제가 가만히 뒤에 있기에는 상황이 절박하다. 함께하기보다 오히려 김 후보가 안 가시는 곳에서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승리에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스권에 갇혀있는 지지율을 올릴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 같이 계엄과 탄핵에 대한 과감한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단절과 극우 유튜버 등 자유통일당 세력과의 선긋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국민께서 이재명의 세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면서도 선뜻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빅텐트 연합도 중요한데 결국 제가 말한 원칙이 선행되지 않으면 ‘친윤 빅텐트’ ‘자통당 빅텐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를 첫 지원유세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은 부산과 영남권의 흔들리는 민심, 당심에 대해 호소드리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힘을 모으기 위해 부산이 시작하기 위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가 이처럼 나홀로 유세를 시작한 가운데 당에서는 함께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그 유세가 누구를 위한 건지 국민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완전한 원팀의 모습으로 함께 해달라”고 주문했고, 친윤계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김 후보를 위한 유세가 아닌 향후 당대표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이날 유세를 시작으로 21일 대구, 22일 충북 청주와 강원 원주를 찾아 지원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