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오타니 수준의 투수들 계속해서 등장
국제대회 고전 중인 한국은 선발 투수 구인난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가 개인 통산 세 번째이자 만장일치 MVP로 선정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LA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10년간 7억 달러라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에 계약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오타니는 부상을 우려해 이적 첫 해인 올 시즌 타자에만 전념하기로 했고 결과는 50-50클럽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확장이었다.
오타니의 대단함은 타자와 투수, 모두를 병행할 수 있다는 ‘천재성’에 있다. 그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져 큰 주목을 받았고, 타자 쪽에서도 재능을 드러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 ‘이도류’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즉, 오타니는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더 베이스볼’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야구 팬들 입장에서는 오타니라는 천재 선수를 보유한 일본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투수 쪽으로만 국한할 경우 일본 내에는 오타니와 비슷한 수준의 투수들이 득시글거린다. 2010년대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이른바 ‘구속 혁명’ 덕분이다.
이전까지 일본 야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천재성을 지닌 일부 선수들이 리그를 지배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체계적인 훈련법과 선수 관리 등으로 투수 부문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고 그 결과 일본프로야구의 평균 구속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결과가 뒤따랐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까지 일본프로야구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매년 수치가 높아지더니 최근에는 146~147km대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서도 더 뛰어난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마나가 쇼타, 센가 고다이, 사사키 로키 등이 속속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올 시즌 KBO리그 전체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6km로 나타났다. 일본 투수들의 구속이 증가하는 사이,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매우 고전하고 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벌써 3회 연속 1라운드서 탈락 중이며, 최근에는 프리미어12에서도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부진의 여러 이유가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부분은 바로 선발 투수의 부재다. 실제로 이번 야구대표팀은 불펜의 소화 이닝이 더 많았을 정도로 선발 구인난에 시달렸고, 국제 대회 때마다 대두되는 이 고민은 이번에도 조기 탈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고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는 것에 반해 한국은 100개도 채 되지 않아 선수 수급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주장한다. 여기에 야구에 대한 투자 규모도 질과 양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있을 수만은 없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 야구 시장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관심이 높을 때, 팬들이 떠나지 않을 때야 말로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고 시스템을 구축해 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과거 국제 무대에서 통했던 구대성, 류현진, 김광현 등은 어쩌다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지 한국 야구 시스템이 낳은 산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