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소행성 '베누' 충돌하면… “전 세계에 겨울 온다”

2025-02-07

과거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처럼, 지구 근처에 있는 소행성 '베누'가 157년 후 지구에 겨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5일(현지 시각) 미국 CNN 사이언스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센터(ICCP)는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소행성 베누가 제구에 충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했다.

직경 약 500m의 소행성 '베누'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지구 근처의 소행성이다. 태양계 생성 초기인 45억년 전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행성에는 탄소와 물이 풍부해 지구 생명체 기원과 초기 태양계의 비밀을 풀 열쇠로 꼽힌다.

천문학자들은 이 소행성을 연구한 결과 희박하지만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182년 9월쯤 충돌 가능성은 0.037%(약 2700분의 1)로 예측된다.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이 공룡을 멸종시켰기 때문에 아주 작은 가능성이 무시할 수는 없다. 때문에 연구진은 베누 충돌이 지구에 미칠 영향을 기후 모델과 알레프로 시뮬레이션해 확인했다.

베누 충돌 시 대기 중으로 1~4억톤(t)의 먼지가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여러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행성이 충돌한 후 3~4년 이내 지구 대기의 화학 및 기후가 극단적으로 교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인해 분화구가 생기고 먼지 등이 충돌 지점 근처의 공중에 흩날리게 된다, 이후 강력한 충격파와 지진을 동반하며 충격으로 만들어진 대량의 에어로졸과 가스가 대기 중으로 떠오르며 지구의 변화를 변화시키고 영향이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만약 바다로 떨어지게 되면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해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를 뒤덮고, 수년 간 전 세계적으로 오존 고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요 저자인 란 다이 ICCP 박사후 연구원은 설명했다.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는 지구 대기에 4억톤의 먼지가 쏟아지는 것으로 이 경우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윈터'(impact winter)가 올 수도 있다.

다량의 먼지가 공기 중으로 높이 떠올라 햇빛을 모두 흡수하고 분산시켜버리면서 지구 표면에 햇빛이 닿지 못해 지구 온도가 최대 섭씨 4도가량 떨어지게 되고, 그 영향으로 지상에서 증발이 줄어들어 강수량은 최대 15% 떨어지게 된다. 오존층도 최대 32% 고갈될 수 있다.

먼지 입자는 최대 2년정도 가기 때문에 임팩트 윈터는 약 4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그 기간동은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못해 20~30%정도 생산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연구진이 놀란 부분은 해양 플랑크톤의 번성이다. 연구진은 바다의 플랑크톤이 빠르게 감소하고 아주 느리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뮬레이션에서는 단 6개월만에 빠르게 회복했다.

베누에 철분 함량이 높아서 바다로 철분이 유입돼 규조류의 전례없는 개화를 촉진하고 규조류를 먹이로 삼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개체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다이 연구원은 “플랑크톤의 번성은 생물권에 축복이 될 수 있다”면서 “지상의 생산성 감소와 관련한 식량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철분의 영향을 받는) 규조류가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쟁 열위에 있는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이 연구원은 “소행성 충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에는 초기 인류에 소행성 충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모델링해 확인하고 그들의 생활 주기와 식량을 찾는 방법에 대해 시뮬레이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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