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을 전시하는 법. 그것도 거대하고 역사적인 호텔을 통째로. 최근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힐튼서울 자서전’ 전시가 화제다. 자신의 온 생애를 드러내는 이 전시의 주인공 힐튼서울은 그러나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사라져 가는 중이다. 1983년 완공된 힐튼호텔은 한국의 건축 역량을 온전히 드러낸 모더니즘 건축의 이정표로 꼽힌다.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김종성의 설계에 대우그룹과 힐튼인터내셔널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운영사인 대우그룹이 와해하면서 2번에 걸쳐 매각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2022년 영업이 종료되었다. 현재의 운영사는 주변 건물을 추가 매입해 오피스, 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이 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위해 힐튼서울은 철거에 들어갔다.
전시는 아카이브부터 힐튼 호텔 건축물의 일부까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최용준이 찍은 힐튼호텔의 정면은 이 건축물이 남긴 마지막 초상사진이다. 마치 광고사진인 듯 성업 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사진의 반전은 디테일 속에 있다. 외관도 주변의 정원도 그대로인 근사한 호텔. 그러나 창 안으로 보이는 텅 빈 객실들은 긴 잠에 든 건물을 비현실적으로 드러낸다.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은 최용준은 그동안 건축과 장소, 도시 문명의 관계에 대해 탐색해 왔다. 그는 구글 맵과 같은 다양한 지도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지형을 분석하고 장소를 특정한 뒤, 촬영에 나선다. 그래서 대표 연작 제목도 현장 촬영을 뜻하는 ‘로케이션’이다. ‘기념비적 장소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하는 논란 속, 안타깝게도 힐튼서울에서는 더 이상 로케이션을 할 수가 없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