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 재직자 10명 중 7명이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주 52시간 초과 근무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략·기획, 연구·개발 직무군에서 긍정 답변이 많았다. 다만 벤처기업 특성상 대기업보다 유연한 의사결정과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강점으로 꼽히지만, 낮은 보상체계와 복지 수준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됐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송병준)는 21일 벤처기업협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벤처기업 재직자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벤처확인기업 재직자 2141명을 대상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47.8%는 벤처기업을 '혁신적 기술 중심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인식했다. 그 뒤를 '창의적이다'(40.4%),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한다'(35.8%) 등의 답변들이 이어갔다. 이는 일반 국민 대상 인식조사에서 '창의적이다'(46.5%)가 가장 높게 나온 결과와 유사한 흐름이다.
벤처기업의 강점으로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40.6%),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23.6%), '유연한 근로시간 및 워라밸 보장'(15.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점으로는 '미흡한 재정적 보상 및 복지제도'(30.8%), '체계적이지 않은 조직운영 방식'(28.4%), '불안정한 재정상태 및 비전'(24.4%) 등이 지적됐다.
조직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61.2%로, 대다수 재직자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만족 요인으로는 '자율적 업무 수행 환경'(34.3%)과 '자유로운 소통 문화'(29.1%)가 꼽혔다. 근무환경 만족도도 62.6%로, 주요 이유는 '적절한 근로시간과 워라밸'(37.6%)과 '업무 부담의 균형'(26.7%)이었다. 반면 불만족 요인은 '낮은 급여 및 보상 불균형'(33.5%)과 '제한된 복지제도'(25.5%)가 많았다.
유연근무제는 응답 기업의 55.8%가 시행 중으로, 시차출근제(38.2%)와 탄력근무제(26.6%) 활용 비중이 높았다.
또한 전체 재직자의 70.4%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략·기획'(81.2%)과 '연구·개발'(80.0%) 직무에서 긍정 응답이 두드러졌으며, '재무·회계' 직무는 62.4%로 비교적 낮았다.
이 외에도 전체 응답자의 35.9%가 향후 창업 의사를 밝힌 것도 눈에 띈다. 특히 부장급 이상(45.8%)의 창업 의향이 가장 높았고, 대리급(29.8%)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70% 이상 재직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서도 일할 의향을 보인 것은 그만큼 성과 중심 문화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이 높다는 의미”라며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벤처기업의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 생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핵심인력에 대한 제도적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