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회주택] 서울시 이름 믿고 입주했다 '전세사기' 당했다

2025-03-14

[비즈한국]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사업이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전세사기 등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주택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간사업자가 위탁운영을 맡는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비즈한국은 10년을 맞은 사회주택의 문제점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30살 초반에 5000만 원 빚이 생겼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지훈 씨​(가명)는 최근 개인 회생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에 입주했다가 보증금 497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4년 전, 김 씨는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다. ‘보증금 6970만 원, 월세 13만 원’. 사회주택에 김 씨가 입주한 건 지난 2020년 9월. 시세보다 저렴하고, 집 상태도 좋았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터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걱정도 없었다. 입주 공고문에도 그곳이 ‘임대보증금보증보험 의무가입 대상지’​라고 적혀 있었다.

김 씨가 입주한 곳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회주택’으로, 사회적기업이 건물을 짓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토지 소유권을 가졌다. 사회주택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민간과 협력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라고 사회주택을 홍보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H에서도 입주자를 직접 모집한다. 김 씨가 입주한 사회주택 운영업체는 서울시와 오랜기간 협력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업체 B 회사였다.

김 씨는 이 사회주택에서 3년간 만족하며 살았다. 한 차례 임대계약을 연장했고, 지난해 1월 B 사에 퇴거 의사를 알렸다. 임대차 계약은 4월부로 종료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보증금 6970만 원 중 ​김 씨가 돌려받은 건 2000만 원뿐이었다. B 사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김 씨는 “계약 당시 안내 받은 대로 ‘전세보증보험 이행 청구’를 행사하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공고 내용과 달리 이 사회주택이 ‘임대보증금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가 살았던 사회주택은 정확히 말하면 임대보증금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건축물이었다.

김 씨는 B 사에 보증금 반환을 재차 요청하고, 서울시와 SH에 상황을 알렸다. B 사​는 SH에 보증금 반환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김 씨는 1년이 지나도록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토지주인 SH에 건물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SH는 불가하다고 알려왔다. 서울시도 도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건물에 임차권을 등기하고, 법원에 ​강제경매를 ​접수했다. B 사를 상대로 은행에 압류도 신청했다. 하지만 B 사가 ​이미 국세와 ​​건강보험료를 ​2억 원 이상 체납한 터라 그가 보증금을 돌려받을지는 미지수다.

김 씨가 걱정하는 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입주 당시 은행에서 4500만 원을 대출받아 보증금을 냈는데, B 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에 전세사기 피해신청도 접수했지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김 씨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막막하다. 젊은 나이에 신용도 열심히 잘 쌓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생 신청을 하려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토로했다.

김 씨의 상황을 서울시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토지주와 건물주가 달라서 임대보증금보험 가입이 어렵다. HUG에서도 피해 복구를 위한 보증보험을 마련해두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SH에 건물을 낙찰받아 보증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그럴 수 없다. 지방공기업법을 위반하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세사기로 판정되면 구제할 방법이 있지만, 임대사업자의 고의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B 사는 김 씨가 입주한 건물 외에 서울에 또 다른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할 사회주택이 되레 입주자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씨는 “얼마 전 다른 임차인에게는 ​B 사가 ​보증금 반환사고가 발생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최근까지 주택에서 임차인을 모집했다. 앞으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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