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등기로 배송되는 신종 사기 수법이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해당 카드는 ‘시프트(SHIFT)’ 카드로, 지역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발송됐다.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카드에 적힌 사용등록 전화번호로 연락할 경우 2차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어 카드 수령인의 대처가 필요하다.
최근 여러 지역 커뮤니티에 ‘시프트 카드’를 우체국 등기로 받았다는 글이 게시됐다. 카드가 발송된 지역은 충청, 경기 등 다양하다. 등기우편물에는 카드와 안내장이 담겨 있는데, 안내장에는 ‘이 카드는 모든 사람에게 돈을 보내고 받고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인기 있는 모바일 결제서비스’라는 어색한 문구가 쓰여 있다. 카드 결제 금액의 3% 코인이 수수료로 자동 인출된다거나, 비트코인·이더리움·트론 등의 가상자산을 지원한다는 설명도 있다.
동봉된 실물 카드는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다. 시프트 카드는 2015년 미국에서 발행됐다가 2019년 4월 운영을 종료한 가상자산 직불카드다. 이 카드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해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동봉된 카드는 일반 카드와 달리 IC 칩이 오른쪽 상단에 있고, 수령인의 영문 이름 스펠링을 틀리게 적는 등 만듦새가 조악하다.
문제는 카드나 안내장에 기입된 전화번호로 연락할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에 부착된 스티커에는 ‘카드 사용 등록 후 이용 가능하다’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있는데, 수령인의 연락을 유도하는 수법으로 추정된다.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개통됐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 연락을 유도하는 스미싱(SMS+피싱) 사기나, 위조 우편물 도착 안내서를 문 앞에 부착해 전화 통화를 유도하는 ‘레터피싱’은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데 이제는 사기 수법이 한 발 더 진화해 위조한 카드를 등기로 발송하는 방식까지 생겨나는 분위기다.
12월 11일 시프트 카드를 받은 A 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카드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니 ‘농협카드 고객센터’라고 답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통화 음질이 좋지 않고 이상한 말투를 쓰는 등 보이스피싱이 맞는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다. 경찰에서도 처음 본 사례라고 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카드에 기입된 연락처와 농협카드 고객센터 번호는 전혀 달랐다.
신고가 이어지면서 경찰에서도 시프트 카드를 인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경제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카드에 쓰인 번호가 070, 031로 시작하는 등 여러 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절대 카드를 사용하거나 먼저 전화를 걸면 안 된다”며 “카드를 받았다면 가까운 경찰서로 가져가 신고하고, 개인정보 도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카드를 받은 이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A 씨는 “가상자산 거래나 주식을 하지 않는데도 집 주소로 카드를 받았다”라며 “개인정보가 많이 유출된 것 같아 찝찝하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유출된 정보가 이름과 주소지만, 카드를 발송한 일당이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확보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카드 발신인으로 도용된 업체도 고충을 겪고 있다. 시프트 카드의 발신인으로 적힌 P 사의 전화번호를 온라인에서 찾아 연락하자 회사 관계자는 “3주 전부터 카드 문의에 시달리고 있다. 시프트 카드와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라며 “경찰에서도 연락이 와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받은 카드는 폐기하든지 신고하라”라고 호소했다.
등기 봉투에 쓰인 발신자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대형 빌딩으로, KB국민카드 본사와 내수동 우편취급국이 있는 건물이다. 이 빌딩의 입주 업체 중 P 사는 없었다.
경찰에서는 시프트 카드를 받은 이들에게 추가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명의가 도용된 것이므로 대포폰 개통, 불법 대출 등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을 통해 명의도용을 예방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출된 신분증은 재발급을 권고 △금융감독원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 예방 시스템(개인정보 등록 시 금융사에 공유돼 계좌 개설·카드 발급·보증보험 가입·오픈뱅킹 등의 금융거래가 제한됨)’에 등록 △금융사에 방문해 추가 대출을 막는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 등의 예방책을 안내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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