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료 중”
20일 밤 경주시의 천년 문화유산 첨성대 외벽에 이 같은 글자가 반복적으로 떴다. 이날 오후 6시30분 점등식 개막 행사를 한 미디어아트(미디어 파사드)가 작동 오류로 시스템 다운 됐기 때문. 몇 주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한 점등식 관람을 위해 첨성대를 찾은 500여명의 시민들이 개막 상영 후 2차 상영을 기다렸지만 첨성대 외벽엔 ‘디스플레이 모드’ 등 알 수 없는 글자 영상만 재생됐다.
이번 미디어아트는 이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을 앞두고 경주시와 국가유산청이 천문학의 역사와 신라 황금문화를 약 7분짜리 영상(프로젝션 매핑 기법)으로 제작·소개한 것이다. 약 9.17m에 술병 모양의 원통형 외벽 전체를 무대로 활용해 첨성대의 역사적 의미와 신라의 문화유산을 내외국인들에게 알기 쉽게 알린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참석한 점등식 행사 직후 개막 상영이 끝나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잠시 후 리플레이 된다”는 안내를 받은 시민과 외국인 방문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첨성대 외벽엔 컴퓨터 오류 화면만 반복적으로 뜰 뿐이었다. 약 1시간 30분이 지난 8시 10분쯤에야 “미디어아트 장비 오류로 인해 상영이 어렵다. 조속히 복구해 빠른 시일 내 상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관람객들은 허탈한 발걸음을 돌렸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며칠전부터 수차례 리허설 땐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 점등식 행사를 위해 마이크 시설 등을 추가하면서 전선에 과부하가 생겼는지 합선이 발생했다”면서 “곧바로 전선을 교체하며 복구를 시도했지만 기계장비까지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10시까지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경주시 측은 “내일(21일) 중에 장비를 교체하고 원활한 상영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비용 4억원을 포함해 총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인 이번 미디어아트는 APEC이 끝나는 11월1일까지 매일 5회 상영할 예정이었다.